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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적폐 프레임' 약발 떨어졌나…정치·산업계 반발기류 확산
2017년 09월 12일 (화)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적폐 프레임'을 내세워 개혁 동력에 속도를 붙였던 문재인 정부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산업계 내에 정부의 일방적인 적폐 규정에 따른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탈표…'김이수 사태' 배경에는 文 정부 일방통행?

   
▲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는 게 중론이다. ⓒ 뉴시스

지난 11일 무난한 처리가 예상됐던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새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회에 복귀한 자유한국당과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실력행사에 성공한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야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며 "이날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정작 책임론은 야권이 아닌 정부를 향하는 눈치다. 실제로 이날 헌재 소장 인준 표결을 살펴보면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무효 1표, 기권 2표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이다. 당 안팎에서 제동을 건 셈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 정부의 잇단 불통 행보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인 5대비리 인사배제원칙을 스스로 파기하고 의혹에 휩싸인 인사들을 연이어 인선했다.

또한 지난 7일에는 미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요구를 사실상 전면 수용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드 문제를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동의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 전 입장이 바뀐 꼴이다. 폭력 진압 논란도 있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지지율 역시 하락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4~8일 성인 2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9.1%를 기록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70%선이 붕괴됐다.

〈리얼미터〉 측은 "20대와 60대 이상, 보수층·중도층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층이) 이탈했다"며 "안보 위기감과 무력감이 확산되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 자질과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협치만 강조하고 독선적인 인사를 하고 지지도만 자랑하면서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청와대가 무책임의 극치니, 반대를 위한 반대니 하는 것도 오만의 극치를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의 한계를 실감했다. 집권당의 무한책임의 측면에서 국민에 사과드린다"면서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협치가 아닌 자유한국당과의 적폐연대의 역할을 선언한 날"이라며 다시 한 번 '적폐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IT업계, 네이버·다음發 반발기류…개혁동력 꺾인 김상조
금감원장 '적폐 인사' 논란에 금융권 반발…"적폐 청산 의문"

   
▲ 국내 IT업계가 네이버, 다음을 필두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갈등을 빚었다. 쌓인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각 사(社) CI

산업계에서도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반발기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개혁동력의 핵심 김상조 체제의 공정거래위원회에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반기를 든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3일이다. 공정위는 이날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고,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前 의장)를 '총수(동일인)'로 규정했다. 공정위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는 이 책임자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이후 김상조 위원장이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독재자 스타일의 CEO였지만 미래를 봤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며 "네이버 정도의 기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 책임자는 그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이 책임자를 총수로 규정한 명분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업계에서 쏟아졌다.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씨는 지난 9일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정부의 도움 하나 없이 맨몸으로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네이버 같이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은 정부가 과잉 규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세대 벤처기업인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前 벤처기업협회장) 앞서 지난 7일 "(네이버와 지분관계가 없는) 휴맥스가 졸지에 네이버 계열사가 됐다"며 "전근대적인 공정위 규정과 규제가 언제쯤 바뀔지 답답하다. 재벌 총수의 내부거래는 막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대다수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고 토로했다.

IT업계의 이 같은 반발에 야권도 힘을 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3류가 1류를 깔본 셈"이라며 "더 이상 정부가 기업을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구시대적 시각부터 뜯어고치기 바란다"고 날 선 발언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발언이 부적절했다.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고 본연의 책무에 정진하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와 관련,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쌓였던 게 폭발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앞으로도 IT업계와 공정위 사이에 크고 작은 불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을 둘러싼 금융권 내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 뉴시스

금융권 역시 문재인 정부의 '적폐 프레임'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노조는 최 원장이 취임한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장 인사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는 금융위를 견제하기 위해 민간 출신인 최 원장을 임명했다고 하지만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 당할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6일에도 최 원장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다. 최 원장이 금융권 적폐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으로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그를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면 금감원은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일으킨 것에 대한 하나은행 감사결과가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 하나지주 사장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는 게 청와대가 그토록 강조하는 적폐청산이냐"고 꼬집었다.

이 같은 금감원 노조의 지적에 대해 최 원장을 임명 제청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감 원 내 많은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향후 더욱 확산될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이다. 최 원장의 내정 과정에서 집권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데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 중 하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지난 7일 "금감원의 적폐를 혁신하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투입돼야 한다"며 "최 원장의 금융권 인맥이 얼마나 많겠냐. 시장 프렌들리한 인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은행권의 로비나 요구가 많을 텐데, 금융권 규제를 맡을 금감원 원장이 시장 친화적으로 가서야 되겠느냐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원장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04~2007년에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의 청와대 경제수석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다는 소문이 돈다.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1년 선후배 사이로 서울파이낸셜포럼(SFF) 회원으로 함께 활동했고, 1994년에는 한국증권학회에서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변동 특성과 계절적 이례현상에 관한 연구' 논문 집필에 공동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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