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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제도 개정하라’…광화문 울린 1만여 목소리
<현장에서>˝의료와 복지 모두 필요함에도 의료 쪽에만 치중…재정건전성에 악영향˝
2017년 09월 12일 (화) 김현정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현정 기자)

“치매국가책임제, 장기요양이 정답이다. 본인부담상한제 즉각 이행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대로변에는 파란색 피켓을 든 1만여 명이 모여 이 같이 외쳤다. 대부분이 노인 복지인이라는 이들이 길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시사오늘>은 ‘노인장기요양제도 개정’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을 취재해 봤다.

   
▲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대로변에는 파란색 피켓을 든 1만여 명이 모여 본인부담상한제 이행을 촉구했다. ⓒ시사오늘

◇요양병원으로만 쏠린 노인 장기 요양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노인성질환 및 치매 등으로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은 노인의 의료비와 가족의 부양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08년 전격 도입됐다. 장기적인 요양이 필요한 노인 환자의 의료 공백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노인의료비 증가를 막을 순 없었다. 본인부담상한제가 요양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에서만 가능해지면서, 치료가 필요 없거나 주거시설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나이롱환자’ 까지도 요양병원으로 쏠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경우의 치매 및 노인성질환 노인들은 본인부담률이 높은 요양시설을 선택하는 대신 요양병원에 입원해 ‘환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같은 문제를 증명하듯 국내 요양시설의 병상이 16만 개 인 것에 비해 요양병원의 병상은 2008년 7만 6970개에서 2016년 22만 5021개로 급증했다. OECD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경우 노인인구 1000명 당 33.5병상으로, 일본 10.7병상, 오스트리아 3.1병상, 스웨덴 0.9병상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모두 필요한 어르신들이 의료 쪽으로만 치중하게 돼 의료비 급증으로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며 “의료집단의 이기심과 복지부의 의료 쏠림 현상이 의료재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정부 5개년 100대 국정과제’에서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에 대한 논의가 제외되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검토 중’이란 말을 되풀이 하면서 장기요양가족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공분을 사게 됐다. ⓒ시사오늘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행은 ‘글쎄’

요양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통령 공약 1호로 ‘치매국가책임제’와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를 내세웠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문제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정부는 원활한 도입을 위해 노인장기요양 본인부담 상한제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소득분위별로 본인부담액을 정해두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정부 5개년 100대 국정과제’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제외됐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관계자들도 ‘검토 중’이란 말을 되풀이 하면서 장기요양가족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를 포함한 5개 협회는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치매는 진단받고 적당한 약물을 처방 받기까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살뜰하게 보살펴야하는 관리 영역인데,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높으니 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다”고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 국회앞에서 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오늘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도 이들은 복지부가 공약 이행 대신 요양병원에 적용되는 상한제 적용기간을 줄여 통제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형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은 “요양병원에 상한제 적용기간을 줄이면 노인환자들이 상급병원으로 이동하게 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며 “이는 노인의료비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요양원 입소 치매 어르신 6만 4572명을 기준으로 본인부담상한제를 실시할 경우 2768억 원의 재정이 소요되지만 입원비용으로 보면 연간 1조 141억 원이 절감된다”며 “적정수가를 보장해 장기요양제도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1월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도가 포함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관련 협회에서도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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