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오늘]SK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 인수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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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오늘]SK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 인수 '청신호'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9.18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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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우군 '애플' 등장으로 SK하이닉스 참여 '한미일 연합'에 우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일본 도쿄의 도시바(東芝) 본사 건물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 모습.ⓒ뉴시스

도시바 반도체 매각 협상을 둘러싸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과 미국 웨스턴 디지털이 주도하는 '신 미일연합' 등 두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진영에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블룸버그 통신은 오는 20일 이사회 회의를 열어 미국 투자사 베인 캐피털과 SK하이닉스, 애플 등이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 메모리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를 뒷받침하듯 도시바도 이날 “한미일 연합 진영과 9월 말까지 결론을 내는 걸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는 도시바의 협력사인 웨스턴디지털(WD)이다. WD는 도시바의 반도체 매각에 줄곧 '어깃장'을 놓아 협상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당초 지난 6월 도시바는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자로 선정해 매각협상을 벌여왔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일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재무초과 상태인 도시바는 2018년 3월까지 부채를 해소해야만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이에 당시  업계에서도 도시바가 결국 한미일 연합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WD는 자사의 의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방안을 반대하면서 독점교섭권을 요구해왔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WD는 국제중재재판소 등 여러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도시바도 WD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매각협상 방해행위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협상 국면은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시바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WD는 미국 투자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손잡고 이른바 '신(新) 미일연합'이라 불리는 새 컨소시엄을 만들어 대응했다. 일본 산업혁신기구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분위기는 점차 WD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애플이 한미일 연합과 손을 잡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달3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시바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이 3개 진영과 협상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할 낸드플래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시바 반도체 매각 협상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배경에는 '삼성전자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도 끼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세계 낸드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인 업체는 삼성전자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업체이기도 한 삼성전자는  낸드 시장에서 2분기 기준 38.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선 삼성전자 외에 낸드를 수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롭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도시바와 애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애플은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참여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낸드를 수급할 수 있고, 도시바로서도 애플의 가세로 힘이 실린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컨소시엄에 최대 30억 달러를 제공하는 딜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인수금액인 2조엔(약 20조4500억원)의 약 16%에 달하는 액수다. SK하이닉스도 최대 15%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 SK하이닉스의 72단 3D 낸드 칩과 이를 적용해 개발 중인 1TB(테라바이트) SSD ⓒSK하이닉스

D램 '우등생' SK하이닉스…도시바 메모리 인수로 낸드 플래시 '다크호스' 떠오를까 

SK하이닉스로선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건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도시바는 세계 낸드 시장에서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업체다. 따라서 현재5위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낸드 플래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도시바와의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도 쉽게 피해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메모리 선두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45.1%)에 이어 점유율 26.8%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낸드 플래시가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그림의 떡' 보듯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외국계 증권사 등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D램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도 2019년을 전후해 시장 규모 측면에서 낸드플래시가 D램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D램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 M14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 48단 3D 제품과 하반기부터 양산할 72단 3D낸드 제품을 중심으로 고용량 모바일·SSD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까지 낸드플래시 분야에 15조5,0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M15)을 신축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 신규 생산라인을 갖춘 이 공장에선 72단 3D낸드 제품이 양산될 계획이다.

낸드 플래시 기술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성사시킨다면, 시너지 효과를 통한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확정지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협상의 결과를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MOU 체결을 발표하면서도 “이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다른 컨소시엄과 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와 관련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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