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SK하이닉스 웃었지만…국제재판소송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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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전 SK하이닉스 웃었지만…국제재판소송 남았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9.2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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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SK하이닉스 참여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부 매각키로 공식 결정 내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일본 도쿄의 도시바(東芝) 본사 건물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 모습.ⓒ뉴시스

반도체 업계의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치열히 전개됐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가 웃었다. 한편으로, 매각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국제중재재판소 소송을 끝까지 이어갈 것으로 전해지면서, 매각 결정을 뒤집을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매각 액수는 설비 투자 등을 포함해 2조4000억엔(약 24조3000억원)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미국 사모펀드 베인케피털,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의결권 비율은 베인캐피털이 49.9%로 가장 많다. 이어 도시바 40%, 그 외의 일본 기업들이 10.1%를 차지함에 따라, 일본 세력이 과반수의 의결권을 쥐게 됐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취득할 수 있는 의결권 비율은 15%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도시바는 자사의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자로 선정해 매각협상을 벌여왔다. 도시바로서는 내년 3월까지 부채를 해소해야만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재무 초과 상황을 해소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시바의 협력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사의 의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방안을 반대한 것.

WD는 국제중재재판소 등 여러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도시바도 WD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매각협상 방해행위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협상 국면은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아울러 WD는 미국 투자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일본 산업혁신기구 등과 손잡고 이른바 '신(新) 미일연합'이라 불리는 새 컨소시엄을 만들어 매각 협상을 벌이는 전략으로 도시바를 압박했다. 

이에 도시바도 지난달 '한미일 연합'에서 WD진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이 한미일 연합과 손을 잡으면서 단숨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애플은 한미일 연합에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인수금액인 2조엔(약 20조4500억원)의 약 16%에 달하는 액수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할 낸드플래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시바 반도체 매각 협상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WD가 이끄는 ‘미일 연합’, 대만 홍하이 등과 협상은 중단된다.

다만, WD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중지해 달라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한 사안은 이번 매각의 막판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 등은 소송 위험을 우려해,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출자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국제중재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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