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인준 가결③] 한국당의 숨 가빴던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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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인준 가결③] 한국당의 숨 가빴던 2시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9.2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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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에서 기표 방법까지 설명…가결 후엔 아쉬움 가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 시사오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출석의원 298명에 찬성 160명, 반대 134명, 무효 3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이로써 정부여당은 헌정 사상 최초의 ‘사법부 수장 공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소 ‘여유 있는’ 결과와 달리, 정부여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압박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국회 본관 3층에 마련된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표 단속’에 나서며 ‘김명수 불가론’을 재확인했다. 

▲ 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기표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 시사오늘

“한글로 ‘부’만 쓰고 나와라”

이 자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늘이 국민의 법적·정치적·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날로 기록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해 달라”며 “한 분의 이탈도 없이 일심단결해서 처리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임해 달라”며 혹시 모를 이탈 표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대표도 단상에 올라 “오늘 여러분들이 하는 결정이 작게는 이번 정기국회 방향을, 크게는 이 나라 6년 동안 사법부가 정치로부터 독립하고 공정한 사법부가 되느냐 여부를 또 결정할 것”이라며 “바른정당에서도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하고, 국민의당도 보도와는 달리 내부에서는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아침에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번에 보니까 ‘부’자 옆에 점을 찍어서 무효표가 되고 그랬다는데, 그냥 한글로 ‘부’자만 쓰고 나오면 된다”며 의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또 홍 대표 말을 들은 일부 의원들은 옆 자리 의원들에게 “옆에 점을 찍으면 무효가 되느냐”고 묻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예 “오늘은 어려운 한자 쓰지 마시고 ‘한글 전용의 날’로 해서 한글로 그냥 ‘부’자를 써 달라”면서 “점을 찍으면 무효표가 되니 그런 것 일체 없이 산뜻하게 ‘부’자만 쓰시고 나오면 감사하겠다”고 기표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 인사청문심사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아 본회의가 늦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의원들 설득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 시사오늘

“역사에 남는 대법원장 돼 달라”

오후 1시50분경 의원총회를 끝낸 한국당은 10분 전부터 본회의장에 입장해 표결을 준비했다. 그러나 김명수 후보자의 인사청문심사보고서가 늦게 전달되면서 본회의는 당초 예정됐던 오후 2시보다 2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예상치 못하게 주어진 25분의 주인공은 국민의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직접 국민의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 작업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몇몇 한국당 의원들 역시 자리를 벗어나 국민의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의원총회가 끝나기 전 정우택 원내대표가 “(본회의에) 들어가셔서 다른 당 의원과도 친소관계에 따라 손이라도 잡고 도와달라고 호소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예상보다 많은 160표의 찬성표가 나오자, 한국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정 원내대표 역시 아쉬운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걸어 나왔다. 다만 그는 “국회에서 민주적 투표를 거쳐 결정된 것이니 결과를 존중한다”며 “김 후보자께서 우리가 우려했던 정치의 이념화·코드화를 넘어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법원장이 되시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의 부적격한 측면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장으로서 공정한 인사,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한국당의 2시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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