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은 없다”…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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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은 없다”…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7.09.29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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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 발표… '성적수치심' 조항은 유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불법 촬영기기 판매부터 음란 영상물 촬영·유포 단계까지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계획에 포털 사이트·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고려와, ‘성적 수치심’이라는 모호한 법률 용어에 대한 개선이 빠져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불법 촬영기기 판매부터 음란 영상물 촬영·유포 단계까지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뉴시스

촬영부터 유통까지 감시 세분화…  ‘무조건 징역' 처벌 강화하고 영상 삭제 비용 가해자에게 청구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불법 변형 카메라 판매 규제부터 피해자 지원까지 디지털성범죄 전 과정을 세분화해 감시하는 ‘몰래카메라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불법카메라 불법촬영 탐지·적발 강화 △불법촬영영상 유통 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사전예방교육 등 ‘4대 전략’이 포함됐다.

정부는 불법촬영영상 유포 방지를 위해 수사기관 요청 시 방통위가 촬영물을 즉시 삭제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피해자가 영상 삭제를 신청하면 긴급심의를 통해 삭제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3일 이내로 줄이고, 피해자 대신 영상 삭제 비용을 정부가 지급한 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영리목적으로 대상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정보통신망을 사용해 유포한 경우, 기존의 벌금형을 삭제하고 ‘7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피해자 대신 불법 촬영물의 삭제 비용을 우선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불법촬영영상이 범죄영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행정기관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영상과 유포행위의 위법성 등을 집중 교육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플랫폼 고려 없어… ‘성적 수치심’ 법적 조항 개선해야

다만 검색 엔진·채팅 어플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서는 초상권 사진을 영리적으로 이용했을 경우 민법 소송이 가능하지만, 링크 클릭 유도 매체로 사용되었을 경우 입증이 어려워 처벌을 피해간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관련해 DSO(디지털성범죄아웃) 하예나 대표는 27일 정책 토론회에서 “여성들의 사진을 이용해 클릭을 유도하려고 ‘길거리·여자·학생’등 키워드를 이용한 게시 글을 만들고, 자신들의 웹 사이트 링크를 홍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며 “이는 국내 유해 사이트 업체들이 ‘초상권’에 대한 국내 법령과 의식 부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생겨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근무하는 권주리씨 역시 성인인증 절차가 없는 다양한 채팅 플랫폼이 청소년 성매수로 악용되는 각종 사례를 소개하며 “이런 경우 보통 어플 내에서 채팅 기능을 저장하거나 캡쳐하지 못하게 해놓고, 대화 상대방이 채팅방을 나갔을 시 대화내용이 삭제돼 증거 수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책으로 영국과 같은 실효성 있는 포상금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채팅 어플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포상금 지급이 활발하다. 제3자, 즉 본인이 신고하지 않아도 포상금이 지급되고 피해 발생 전이여도 집행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아동청소년 신고 시 70~100만 원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피해 경험을 당한 청소년 본인 또는 가족이 신청해야만 지급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 검색 엔진·채팅 어플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빠지고 '성적 수치심'조항이 유지돼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또한 ‘성적 수치심’이라는 모호한 법률 용어에 대한 개선이 빠져 문제가 된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에는 성폭력처벌법 중 ‘통신매체이용음란행위’등 특정 조항에서 범죄 구성요건으로 ‘성적 수치심’이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김현아 변호사(법무법인 GL)는 지난 2016년 박사학위논문을 통해 “이처럼 수치심과 연결되는 성폭력은 성폭력 범죄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여전히 순결과 정조의 문제로 여겨지고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수치스러운 것이어서 ‘성폭력’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은 특히 남성과 다른 신체적 특성을 가지는 부위인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부각하여 찍은 사진이 아닌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했고, 언론은 ‘전신 무죄, 엉덩이 유죄’라는 기사를 쏟아냈다”며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재판부의 피해자 감수성 부족에 대한 논란이 여기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 개선을 위해 “여성의 피해감정으로 대변되는 성적 ‘수치심’의 표현을 성중립적인 언어로 개정하고, 피해자의 피해 감정이 아닌 가해자의 행위중심의 구성요건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카메라등 이용촬영죄는 본질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이고,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삼은 성폭력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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