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흥망성쇠②-亡]'수렁 걷는' 한국GM, 주력모델 부진에 철수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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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망성쇠②-亡]'수렁 걷는' 한국GM, 주력모델 부진에 철수설까지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7.10.17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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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모델 스파크 부진에 임팔라마저 월 300대 수준 그쳐
“철수설·사업 재편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공식입장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내수 판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신차를 통해 세몰이에 나선 곳이 있는가 하면, 노후 모델의 인기 하락으로 인해 시름이 깊어지는 업체들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3분기까지 내수 판매량 분석을 통해 어떠한 업체들이 '흥망성쇠(흥하고 망함, 융성함과 쇠퇴함)'를 기록하고 있는 지 살펴봤다. 물론 당장 부진한 성적을 거둔 업체라고 해서 실망하기는 이르다. 본디 흥망성쇠라는 말에는 순환의 이치가 포함돼 세력이 쇠했다가도 다시 융성할 수 있음의 의미하기 때문이다.

▲ 한국지엠은 지난 7월 실속과 개성을 강조한 2018년형 스파크를 선보였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 한국지엠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내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지엠은 깊은 부진에 빠지며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다. 이번 흥망성쇠 시리즈 중 한국지엠을 '망'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지나친 감도 있지만 이는 한국지엠의 경영 사정이 그만큼 위태로움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올해 내수 성적표부터가 한국지엠이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올해 1~9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9% 감소한 10만2504대에 그친 것.

이러한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는 전체 내수 판매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경차 스파크와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던 임팔라의 판매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스파크의 경우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3만5592대로 집계, 전년 동기 5만8011대 대비 38.6%가 빠졌다.

이는 경쟁모델인 기아차 모닝이 올해 9월까지 5만3588대가 팔린 것과 큰 대비를 이룬다. 특히 모닝은 올해 1월 신형 3세대 모델 '올 뉴 모닝' 출시를 통해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는 등 스파크를 제치고 경차 시장의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경차 시장의 대표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스파크의 몰락은 최근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소형 SUV, 프리미엄 차종으로 옮겨간 데 대한 여파라기 보다는 모닝의 신차효과와 지난 2015년 8월 출시된 2세대 모델 '더 넥스트 스파크'의 노후화에 따른 영향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경차 시장의 풀체인지 모델 출시 주기가 4~5년 주기임을 감안하면 이를 타개할 만한 반등 카드도 현재로서는 전무하다는 평가다. 그나마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9월 노조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스파크 부분변경 모델을 내년에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부진 모델인 임팔라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2015년 9월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임팔라는 전량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수입·판매해 이른바 '수입차 프리미엄'이 붙는 모델로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임팔라는 출시 첫 해인 2015년 6913대, 2016년 1만1341대가 팔리며 한국지엠의 주력 모델로 자리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급변, 9월까지 2876대 판매에 그치며 월 평균 3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9월)과 비교해 70.6% 감소한 수치다.

감소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출시 당시부터 이어진 물량 확보 지연에 따른 수요 이탈이 지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형 그랜저 등 국내 경쟁 모델들의 판매 확대와 수입차 시장 성장에 따른 '수입차 프리미엄'의 매력이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한국지엠에는 캡티바와 올랜도라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노후 모델이라는 약점과 함께 단종설마저 대두된 해당 모델들은 올해 9월까지 캡티바가 1592대, 올란도는 6142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각각 19.5%, 36.8%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한국GM은 내년 미국에서 생산한 중형 SUV 에퀴녹스와 대형 SUV 트래버스의 수입·판매를 통해 SUV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이에 따른 캡티바와 올란도 단종이 현실화 될 경우 군산공장과 부평공장의 생산라인을 감축해야 해 노조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 임팔라는 올해 9월까지 2876대 판매에 그치며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출시된 임팔라 미드나이트 블랙 에디션의 모습. ⓒ 한국지엠

판매 부진에 처한 한국지엠에는 더 큰 난관이 남았다는 점도 열세다. 글로벌 본사인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근로자들은 물론 시장,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지엠은 지난 16일 GM의 한국시장 철수를 견제해 왔던 KDB산업은행의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이 소멸돼, GM이 손을 떼더라도 더 이상의 방어 장치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GM이 한국지엠 지분을 처분하고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월 새롭게 부임한 카허 카젬 사장 역시 GM 내 대표적인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통한 점진적인 철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국내 시장 철수설이 사실무근임을 밝히면서도 별다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업계는 계속되는 철수설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이탈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한국지엠의 명확한 입장 발표와 판매 부진을 타개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한국지엠은 카허 카젬이 직접 사업 재편에 대한 방안이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GM은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장들에 대한 사업 철수를 단행해 온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강성 노조와의 관계 개선과 판매 부진을 경감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때"라고 진단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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