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류영진 식약처장에 대한 ‘사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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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류영진 식약처장에 대한 ‘사퇴 압박’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10.1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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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야권, 자질논란 꺼내며 국감서 공세
살충제 달걀·생리대 파동 속 키워드는 ´불신´
´용가리과자´ 피해학생 ´민폐 문병´ 의혹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류영진 식약처장은 그동안 살충제 달걀과 용가리 과자, 생리대 문제 등으로 국민의 불신이 심하고 또 정부 내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식약처 내 조직장악력, 통솔력 등도 상실돼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의 식약처장을 앞에 두고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옳은지 부터 판단해봐야 되겠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 1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영진 식품의약안전처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날아든 질타에 류 처장은 잠시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그리고 간신히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과 소통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위원회의 17일 국정감사는 식품의약품안전관리처(이하 식약처)와 그 산하기관이 대상이었다. 주요증인으로는 류영진 식약처장이 자리했다.

이제 취임 3개월을 맞는 류 처장은 취임 초기부터 식약처 관련 사고가 잇따랐고, 그 대처 과정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궁지에 몰린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날 국회 본청 6층 보건복지위 국감장에서는 류 처장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압박이 거셌다. 사실상 ‘우회 사퇴 압박’에 가까운 공세였다.

아무래도 가장 뜨거운 화제였던 ‘살충제 달걀 파동’과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과 관련된 지적이 가장 많았다. 그 가운데 류 처장의 자질에 대한 날선 질의가 섞어있었다. 키워드는 '불신'이었다. 신뢰를 잃은 식약처와 그 수장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첫 질의 순서였던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서울광진구갑)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새 정권이 탄생됐는데, 식약처는 지난 해 지적한 부분에서 변화된 게 없다”며 “이래서는 새로운 정부의 철학과 이념을 실현하기 힘들다. 이점 유념하시고 국정감사에 임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야당 소속으론 첫 질문자인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훨씬 더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강 의원은 “살충제 검출 달걀 사태 등에서 (류 처장이) 안전하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국민들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또한 “식약처가 현 정부의 국정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사퇴할 용의는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류 처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지난 8월 류 처장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짜증을 냈다’는 발언을 겨냥해 “지금도 총리께서 짜증을 내시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의원도 “준비된 분이 고위직에 가야 한다”면서 “특히 식약처는 안전과 직결된 곳이 아니냐. (류 처장이)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많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 1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류 처장은 이 밖에도 일명 ‘용가리 과자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적받았다.

질소주입과자를 먹은 뒤 위에 구멍이 난 피해자 초등생을 류 처장이 문병했는데, 오히려 ‘민폐’만 끼치고 오는 전시행정을 벌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사전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자들을 대동해 들이닥친 뒤, 사진만 찍고 금방 자리를 떴다는 것이 골자다.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이 이와 관련해 질의한 뒤, 류 처장이 일부 지적을 부인하자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즉각 해당 초등생의 아버지와 통화한 뒤 재차 질문키도 했다.

류 처장이 곤란한 모습을 계속 모이자, 한 의원의 ‘기분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국회 복도에서 국감 현장을 지켜보던 한 관계자는 혼잣말로 ‘죽을 맛이겠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다만 일부 여당 의원은 류 처장을 몰아세우기보다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본격 질의에 앞서 “식약처가 신뢰회복을 해야 한다”며 “국정감사는 그럴 수 있는 기회다. 여러 의원들이 걱정하고 지적하는 것은 곧 국민들의 걱정이기 때문에, 이번에 신뢰를 해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 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는 류영진 식약처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편, 이날 국정감사 시작 전에는 식약처 공무원들이 국정감사에 임하는 태도가 문제시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전날 방문약속도 없이 식약처 과장과 사무관이 의원실을 찾아와 ‘보도자료 때문에 식약처가 적폐로 낙인찍혔다’며 해명자료를 내달라고 찾아왔다”면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한 뒤,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하면 되는데, 제대로 검토도 안하고 자료를 보내놓고 이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식약처의 오만방자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달라”고 항의했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즉각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실제로는 국정감사 방해”라면서 “해당 국장님은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셔야 한다”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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