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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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American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7.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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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학생들과의 관계들이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한국 학생들과 한국말 쓰면서 있는 시간이 행복했고 편안했다.
 
한국 학생들이나 아시아 학생들과는 진정한 교감을 느낄 수 있었으나, 미국 학생들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이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학생들과 100%어울리기에는 나는 너무 '한국사람'이었다. 미국 학생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지 언 3년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 세월동안 미국 사람에 대한 염증을 많이 느꼈다. 그들의 '완벽주의' 성향과 가식적인 성격에 서서히 지쳐갔다. 미국 사람들의 상징인 '개인주의' 사상도 맘에 안 들긴 마찬가지였다.
 
(Irony하게도 한국에 와서는 미국에 오래있었던 탓에 '개인주의' 사상을 갖고 있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듣곤 한다) '미국에 왔으면 미국인처럼'이라는 마인드는 어느새 'Anti-American'성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를 좋아하던 미국 사람들 중에 반 이상은 나에게서 등을 돌렸으며 나는 더욱 비뚤어진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몇몇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다. 여러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욕을 먹는 것은 다반사였다.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듯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뼛속까지 'Americanized'되는 것은 도무지 이룰 수가 없었다. 아니, 나에겐 노력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행복을 버리고 독하게 마음먹어 '미국인'이 되겠다고 노력하기엔 '외로움'이라는 복병의 힘이 너무 셌다. 내 옆에 있는 한국 사람들만이 내 이런 외로움을 없애줄 수 있는 정신적 버팀목이 되 주었던 것이다.

3년 만에 '미국인'이 되고 싶은 내 모든 노력을 포기했다. 모든 허울들을 던져버리고 마음 편하게 한국말하고 한국 학생들과 어울렸다. 마음은 편했지만 나는 어떻게 보면 이도저도 아닌 'Middle of nowhere'였다.

반면에 Bellamy는 어느새 완전한 미국인이 돼 있었다. 미국인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의 문화를 진심으로 즐겼다. 그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미국에서 알아주는 명문대인 Cornell University에 합격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거기서도 3년 만에 졸업했다고 한다.

내 유학생활은 Bellamy와 비교하면 '실패'한 유학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8년 공부하고 번듯한 대학교 졸업장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격이 돼 버렸으니 충분히 그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를 운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내 이런 '유학 실패' 경험이 어디서 나한테 어떻게 도움을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비싼 돈 주고 유학 가서 한국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며 번지르르한 대학 졸업장만 얻어오는 유학……. 과연 이게 진정한 유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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