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배당' 주주친화 정책…외국인 배만 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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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배당' 주주친화 정책…외국인 배만 불리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11.06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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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너 지분 20%대에 불과…경영권 위협 시 방어할 수단 마땅찮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삼성전자 사옥 전경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성전자가 고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 절반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막대한 현금 지출로 인해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2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내년부터 3개년 간 배당규모 약 29조 원의 주주환원 정책을 확정했다.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 대비 20% 올리고, 내년부터 2017년 대비 100%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올해 배당 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9조6000억원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3년 간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유지하면서, 배당을 집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환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배당액 규모가 3년간 예정된 29조 원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올해 사상최대 실적 행진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실적 흐름을 꾸준히 이어갈 경우, 3년 간 주주 환원 총액이 60조 원을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주주친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외국인 투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중(우선주 제외)은 53%를 상회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9조원을 환원하면 15조4000억원 가량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의미다.

▲ 지난해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 삼성이 고전하기도 했다. ⓒ 뉴시스


'외국인 주주 달래기' 나선 삼성전자…경영권 지키기 위한 자구책 마련 나섰나

삼성전자는 주주친화 정책에 대해 표면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내세웠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외국인 주주들의 압력을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으로 20%대다. 현재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이 498만5464주로 3.84%를 갖고 있고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108만3072주, 이재용 부회장이 84만403주 등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이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선다면, 삼성으로선 이를 방어할 수단이 마땅찮다. 툭히 투기적 성향을 가진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단기간에 수익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과도한 구조조정이나 고배당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에 “30조원을 특별 배당하고, 향후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 몫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또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엘리엇의 거센 공격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에는 삼성물산 지분 10%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등장하며 가까스로 엘리엇의 공세를 막을 수 있었지만,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국민연금의 도움을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에 삼성전자로선 당분간 ‘외국인 주주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한편으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로 리더십 공백 사태가 이어지며,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진행됐던 기업인수합병(M&A)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써야할 투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각국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 빠른 M&A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래 전략을 위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실시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주친화 정책으로 인한 현금자산 축소가 투자여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거의 배당을 하지 않고, 남는 이익을 거의 다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며 “미래성장 가능성이 확보되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으로 배당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우호 지분과 대주주 지분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우호지분은 계열사에 의한 순환출자 구조 등을 모두 합쳐도 국민연금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라며 “경영권 안정을 통해 정부의 행정 압박에 대한 방어수단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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