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건설사'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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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건설사'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11.0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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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ENG·호반건설…그룹 오너가 경영권 승계작업 '현재 진행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과 국내 주택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연초 예상과는 달리,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에 성공하는 등 순항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중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등이 올해의 '뜨는 건설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오늘>은 이들 업체가 뜰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를 짚어봤다.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 수혜 입고 '훨훨'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최근 확대된 데 따른 수혜를 현대엔지니어링이 누리고 있는 분위기다 ⓒ 현대엔지니어링 CI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2조5906억 원, 영업이익 7915억 원을 올렸다.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춰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에도 지속된다면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3년 연속 1조 원 클럽 가입에 성공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연결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저력이 깔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수주잔고는 69조9263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물량이 차지하는 물량은 27조 원으로 전체 수주잔고의 약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에도 25조3000억 원의 물량을 확보, 현대건설의 전체 수주잔고 중 38%를 채웠다.

현대건설의 안정적인 실적 달성을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실상 견인한 것이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2661억 원, 당기순이익 1640억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39%, 22.81% 증가한 수치다. 상승세만 놓고 보면 지배기업인 현대건설보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더 나은 수준인 셈이다.

이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 내 정의선 부회장의 영향력이 점차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인재경영을 주도하면서 부친 정몽구 회장보다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확보한 현대자동차 지분이 2.28%에 불과하다는 데에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확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개인 최대주주(11.72%)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을 활용해 경영권 승계 자금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공시를 살펴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상반기 현대자동차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은 28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4% 늘었다.

또한 정 부회장이 최대 지분(23.29%)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로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얻은 매출 역시 2016년 상반기 88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960억 원으로 7.99%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급 인사는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2017년 가장 핫(hot)한 건설사를 꼽자면 단연 현대엔지니어링"이라며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를 입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에 과거 현대엠코에 몸을 담았던 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 또한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 강화 차원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 현대엠코는 당시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로, 정 부회장은 이 합병으로 단숨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게 됐다.

'대기업집단' 호반건설, '김대헌' 효과 '톡톡'

▲ 최근 3년 새 호반건설이 급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상무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 호반건설 CI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호반건설을 자산규모 5조 원 이상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으로 신규지정했다. 최근 호반건설이 국내 주택사업 부문 호황을 누리며 급성장한 데 따른 조치다.

실제로 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1816억 원, 영업이익 1791억 원, 당기순이익 1324억 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12.64%, 46.21%, 22.90% 오른 수치다.

2014년 약 2700억 원대에 현금성 자산도 불과 2년 새 1조5000억 원 가량의 규모로 껑충 뛰었다. 현재 호반건설의 총 자산규모는 약 7조 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시를 살펴보면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호반건설주택의 매출은 2014년 2237억 원, 2015년 1조2194억 원, 2016년 2조169억 원으로 최근 3년 동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4년 399억 원, 2015년 2855억 원, 2016년 4996억 원을 기록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급성장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주택이 특수관계자를 통해 얻은 매출은 2014년 176억 원, 2015년 3124억 원, 2016년 5472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 새 31배 가량 뛴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주택과의 직접적인 거래보다 ㈜스카이주택, ㈜스카이하우징, ㈜스카이건설, ㈜스카이리빙 등 호반건설주택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타특수관계자 지위의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호반건설이 기타특수관계자 지위의 회사들에게 PF자금보증 등 보증을 제공하거나 자금을 빌려주고, 다시 이들 회사는 해당 차입금을 활용해 외주비, 광고선전비 등 명목으로 호반건설주택과 매입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호반건설주택은 김대헌 상무(85.7%)와 김상열 회장의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14.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호반건설그룹 안팎에서 유입된 자금이 회사 내부에서 오가며 그룹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형국"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장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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