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권력기관 힘 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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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권력기관 힘 겨루기
  • 시사오늘
  • 승인 2010.11.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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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시작에 용두사미 결말은 국민들의 불신만 자초하는 것
'정당한 후원금이다. 불법적 로비자금이다.' 여의도와 서초동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사건은 당초, 국회가 청원경찰법을 개정하면서 이해 당사자인 청원경찰 단체인 청목회로부터 정치 후원금 명목으로 비교적 소액(정치인들의 주장)의 '돈'을 받은 것이 발단이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현행 법적으로 보장된 5백만원 이하의 정치 후원금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특정 단체의 자금이고 더욱 기부 사실을 국회의원 당사자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수사 대상이라기 보단 의혹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이 여의도에 칼을 들이댄 이유는 또 있다. 청목회 일부 회원들이 정치자금법에 대한 해석을 목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안을 문의한 후, 돈이 입금됐다는 것이다. 법은 그 후 개정됐다.

국회와 청목회간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이는 정치인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격(오비이락:烏飛梨落)'인 셈이다. 하지만, 법 개정과 돈이 오간 정황을 따질때, 우연은 아니라는 게 정가 주변의 말이다.

그런데 논란이 오가는 사이 양측의 신경전에 불을 붙이는 일이 발생했다.

검찰이 현역 의원 11명에 대해 적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검찰이 국가 사법권을 쥔 사실상의 최고 기관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다. 더욱 '압수 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했다는 것도 이번 사건에 파장을 더했다. 민의를 대표한다고 자임해온 국회로선,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을 게 뻔하다.

따라서 검찰의 이러한 행보에 정치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목회의 후원금이 불법자금이라면) 정치인의 모든 후원금이 수사 대상일 것"이라고 항의했고, 당 차원에서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 소환 등 일체 협조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종전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한나라당 수뇌부는 지난 휴일에도 김황식 국무총리를 불러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질타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검찰 수사에는 협조할 수 있다는 다소 유연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여당 의원까지 수사 선상에 올린 검찰에 잔뜩 화가 나 있는 듯 보인다.

이처럼 최근 논란의 진원지가 된 국회와 논란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검찰간 신경전을 점차 힘 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압박이 가열되자, 김준규 검찰총장도 '국민이 바라는 검찰상'을 강조하며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 당사자들이 밝히는 대로, 기존 대형 로비 사건들에 비해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이해 단체로부터, 정치권으로 금품이 직접 오갔다는 점에서는 '액수를 떠나'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 원인인 '부패 컨셉'과 무관치 않다는데 있다.

특히, 소액이라 해도 의원 개인이 인지한 상태로 특정협회로부터 후원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의원직을 상실한 한나라당 김병호 전 의원의 사례도 있는 만큼, 사태의 결말은 결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도 자유롭지 않다. 이번 사건이 사법부의 입장에서 입법부를 겨냥한 일종의 사정 활동이라는 시각은 이들에겐 부담이다. 

검찰이 얼마전 정국에 파문을 일으켰던 이른바 '청와대 대포폰 사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하면서도 정작 힘을 과시하기 위해 기껏 '푼돈(?)'에 칼을 휘두르느냐는 비아냥이다.

이는 모양새는 자칫 '권력 무죄(無罪)'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모아진다.
                                                                 <월요시사 편집국장>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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