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군가 그리워 질 때…'페르난도 소르'의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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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군가 그리워 질 때…'페르난도 소르'의 '위로'를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9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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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22)> 기타음악의 기념비적 인물, 페르난도 소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하늘이 좋아질 때는/꿈을 꾸는 것이고

별이 좋아질 때는/외로운 것이며

바다가 좋아질 때는/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친구가 좋아질 때는/대화의 상대가 필요한 것이며

음악이 좋아질 때는/누군가 그리운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말이다. 하지만 그리움이라는 것이 아주 슬프거나 신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담담하면서도 가슴시린 그런 느낌이 대부분이다. 사랑을 가슴에 묻고 살면 그 사랑은 그리움이라는 비수가 되어 그렇게 평생 가슴을 베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며 떠돌이 생활을 했던 에릭 호퍼*도 그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헬렌과 헤어진 후 늘 헬렌을 그리워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고 포기한 사람은 자신이 오고간 궤적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들에게는 역사가 없다. 나는 그 시절의 희미한 기억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내가 헬렌에게서 달아난 이후로는 순간들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별은 마음과 몸 모두를 해쳤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결코 완전히 회복된 적이 없다”

앞서 말한 대로 누군가 그리워질 때 꼭 들어봐도 좋을 음악은 참으로 많을 것이다. 여기 페르난도 소르(Josep Ferran Sorts i Muntades, 1778년 2월 14일 –1839년 7월 10일)의 ‘위로’ 라는 곡은 바로 그런 담담하면서도 가슴시린 느낌을 차분하고도 아름답게 위로해주는 멜로디라고 하겠다.

페르난드 소르는 스페인의 북부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5살 때부터 작곡을 하여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한 일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는 몬트세라트 수도원에서 음악 공부를 시작하였고, 19살 때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소르는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공과 지배를 반대하여 영국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후에 프랑스 정권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는 하였다.

소르는 주로 해외에서 음악 활동을 하면서도 순회연주와 음악 교사 역할을 하였다. 소르는 기타음악에 있어서는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그는 아구아도(Dionisio Aguado y García, 1784년 4월 8일 – 1849년 12월 29일)와 더불어 당시 뛰어난 기타연주자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300여곡에 달하는 방대한 기타 곡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국에 본격적으로 기타를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오늘날도 기타 연주회에서는 그의 곡이 꼭 한 두 곡은 반드시 연주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아마추어가 연주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위로'는 비엔나 풍에 가까워 비엔나를 대표하는 음악의 하나이기도 하다. 명쾌하게 시작하는 왈츠에는 경쾌한 오스트리아의 민속무곡인 랜틀러(Ländler, 18세기 말경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스위스에서 유행했던 3/4박자의 민족 무용)로서 위트와 품격까지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단히 서정적인 기타의 울림이 섬세함으로 깃들어 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저리게 한다.

▲ 명쾌하게 시작하는 왈츠에는 경쾌한 오스트리아의 민속무곡인 랜틀러(Ländler, 18세기 말경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스위스에서 유행했던 3/4박자의 민족 무용)로서 위트와 품격까지 갖추고 있다.ⓒ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기타에 있어서 당대 최고수라고 일컬을 수 있는 줄리안 브림과 존 윌리암스의 풍부한 감성과 듀엣의 화음, 그리고 탁월한 기법에서 이 곡은 정말로 찬란한 빛을 발한다. (1973년 이 곡의 연주 음반은 그레미 상*을 수상하였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소르의 곡은 '환상곡, Op54'이다. 이 곡 역시 줄리안 브림과 존 윌리암스가 듀엣으로 연주한 곡인데, 1978년 10월 15일 보스톤 심포니 홀과, 18일 링컨센터의 에버리피셔 홀에서 연주한 것이다.

* 에릭 호퍼 (Eric Hoffer, 1898년 7월 25일 - 1983년 5월 21일)

에릭 호퍼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살아간 미국의 사회철학자.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독서와 사색만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하여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7살 때 시력을 잃어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15세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여 독서에 몰두했다. 18세 때 가구공이었던 아버지가 죽고 LA로 이주하여 노동자로 지냈다. 28세 때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고 10여 년 간 방랑 노동자로 지냈다. 그가 49세이던 1951년 대표작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를 발표했다. 국내에는 ’길 위의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길 위의 철학자‘는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 그래미상

그래미상(Grammy Awards)은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에서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통틀어 그 해 최우수 앨범과 작곡가, 가수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이다. 1957년 첫 수상을 시작하였다. 이 상의 명칭인 그래미는 축음기를 의미하는 그라모폰(Gramophone)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상은 앨범 판매량은 물론 인기도, 그리고 음악가의 예술성까지 세심하게 평가해서 수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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