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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위한 제언(提言)
<기자수첩> 중도통합의 대의와 과정의 문제
2017년 11월 09일 (목)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 당 혁신을 위해 잡은 중도통합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 아니려면, 안철수 대표가 호남계와 보수층을 모두 아우르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시사오늘 김승종 그래픽디자이너

호남, ‘반문(反文)’정신 중도표, 그리고 反한국당 보수표까지 챙겨야

바야흐로 ‘세 솥발 시대’의 도래다. 바른정당 내 대규모 탈당으로 한국당 의석 수는 107석에서 잠정 116석으로 늘어나, 121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원내 1당’ 지위를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11석으로 텅 비어 교섭단체 지위마저 상실하게 됐다. 이제 남은 교섭단체는 거대한 민주당·한국당 양당 사이에 낀 40석 국민의당 뿐이다.

국민의당을 이끄는 안철수 대표는 한 자릿수의 낮은 지지율로 고착화된 현 상태를 타개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기를 원한다. 이 상황에서 차기 대선까지 노리는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바로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 및 당대당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즉, ‘세(勢)를 불려 때를 기다리자’는 작전이다.

바른정당이 예정대로 13일에 전당 대회 절차를 밟는다면, 이 달 말부터 아직까진 정책 연대에 그쳤던 중도통합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른정당 분당 직후 안 대표는 SNS를 통해 “바른정당이 겪고 있는 진통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작년 12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국정농단을 단죄할 수 있었을까”라고 표현하는 등 바른정당 잔류파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다. 7일엔 기자들을 만나 “당내 분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겠다”며 호남계를 비롯한 비안(非安)계의 비판도 무릅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다만 이젠 잃을 것이 많지 않은 바른정당에 비해, 국민의당은 통합 문제에 있어 셈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진보 성향의 호남 기반도 지켜야 하고, ‘반문(反文)’정신으로 밀집된 중도표와 차마 한국당을 찍지 못하는 보수표까지 동시에 가져와야 한다는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소용돌이 치는 정치 지형의 한 가운데서,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6월 지방선거, 나아가 차기 대선의 승패는 결국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달렸다. 이 소용돌이를 안 대표가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국민의당이 정치권을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소멸될 것인지 운명이 걸린 셈이다.

중도통합 장애물인 호남계 반발과 유승민 고집 넘어야

당을 살리기 위한 안 대표의 ‘동아줄’인 중도통합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지역 여론을 의식한 호남계 중진 의원들의 반대다.

전통적으로 압도적인 진보 표심을 보이는 호남은 지금까지 국민의당을 지탱해준 기반이자, 당내많은 의원들의 지역구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을 살려야겠으니 호남이 용납하지 않더라도 보수와 통합하자’고 무조건적으로 밀고 나가면 지금처럼 역효과만 날 뿐이다. ‘호남 출신이지만 지역에 초연한 인물’을 찾는 것은 정쟁(政爭) 속에서 백마 탄 초인만 기다리는 격이다. 적어도 호남 의원들에게 지역민들을 설득하고 명분을 찾을 시간을 줬어야 했다.

‘安리더십’은 여기서 좌초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상의 없이 ‘합당 시나리오’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서둘러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시너지가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국민정책연구원 측은 당시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배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계가 의심을 풀리 없으며, 비안계의 결집만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안 대표는 최근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 “반대가 있더라도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 등 반대파와 맞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은 대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호남 정치인들이 평생 지켜온 정치노선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대의명분이 선한 것이더라도 과정이 미흡하고 불친절하다면 이는 악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의 ‘혁신 보수’라는 소신과 자신이 혁신의 중심에서 있겠다는 의지는 꺾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유 의원은 “개혁보수 원칙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당을 같이 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자주 했으며, "국민의당이 안보문제에서 그동안 오락가락 많이 했다”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박지원 출당요구설’까지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열렬한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정작 바른정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통합에 있어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잃는 모습을 이미 여러 번 보인 바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안 대표 혼자 지금 진도를 많이 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성급한 추진이 정작 지켜야 할 대상인 당을 을(乙)로 보이게 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 국민의당 지역위원장은 며칠 전 지역위 상무위원회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민주당에 협조해봐야 표는 안 온다. 정의당 사례를 보듯, 어정쩡한 민주당 2중대는 망한다. 그래서 같은 제 3지대에 함께 있는 바른정당 자강파와 힘을 합치고 함께 할 것을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 의석수 증가가 미미해도 수도권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해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안 대표가 잡은 중도통합 동아줄이 이 바람처럼 썩은 동아줄이 아닐 수 있게, 안철수 대표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무작정 추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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