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철새정치의 계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졸렬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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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철새정치의 계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졸렬한 정치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17.11.1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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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국민과의 약속, 개혁적 보수의 길 최선 다했나 자성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이번 탈당파의 정치 행태는 그동안 바른정당을 통해 ‘진정한 개혁보수의 길’을 찾기보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다는 것만 증명했다. 이들의 탈당·복당 근거는 '박근혜 출당' 외 전무하다.ⓒ뉴시스

늦가을이 저물고 조석으로 추위가 제법 강세를 보이는 초겨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는 11월 9일, 새 정부 들어 가장 큰(?) 정치판의 움직임이 첫 선을 보였다.

바른정당의 이른바 ‘탈당파’ 국회의원들 9명은 지난 6일 기자회견 후 9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은 20석 원내교섭단체에서 창당 288일 만에 11석으로 줄어 졸지에 원내교섭단체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 6일 이들 탈당파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보수가 작은 강물로 나뉘지 않고 큰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 하겠다”며 탈당의 변을 밝혔다. 그리고 9일 복당의 변에서는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대열에 참여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 한다”고 어색한(?) 명분을 내세우기도 했다.

우리 정치판에서 탈당과 분당, 통합과 합당, 합종연횡 등은 그리 낯설지 않다. 2~3년이 멀다하고 반복돼 왔으며, 선거전에는 반드시 이러한 ‘판갈이’와 ‘판짜기’가 이어져왔기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바른정당 정치인들이 탈당과, 복당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논리나 주장은 한마디로 초라하고 ‘억지 춘향 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탈당한 이들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 역시 음으로 양으로 한때 용비어천가를 부르거나 시대의 지도자로 모셨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셨던 주군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실체가 밝혀지고, 온 나라 온 국민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밤낮으로 촛불을 밝히자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탈당한 것이다.

이들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가결하는 데 동참했고, 대한민국 시민혁명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데 동참한 것이다. 결국 올바른 보수, 개혁적 보수의 길을 담대하게 가겠노라고 바른정당을 만들고 지금까지 4당 체제를 유지시키는 한 축이 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탈당파의 정치 행태를 보면 그동안 바른정당을 통해 ‘진정한 개혁보수의 길’을 찾기보다, 결국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다는 것만 확인 시켜준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들이 내세운 탈당·복당의 유일한 근거는 달랑 ‘박근혜 출당’ 외에는 전무하다. ‘박근혜 식 새누리당 정치행태’와 잔존하는 추종 세력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인 채다. “문재인 좌파정권의 폭주를 막는다”는 말은 백주대낮에 국민들 앞에서 벌거벗고 뛰쳐나가기 좀 민망하니 허공에 대고 한번 질러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소리인 것만 같다.

문 정부가 촛불시민혁명 요구대로 적폐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사실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석은 121석에 머물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116석으로 늘어났다. 3당 체제로 정부의 좌파폭주를 막는다는 논리는 아직 미약하다. ‘좌파폭주’를 하려면 의회에서 문 정부와 좌파세력 입맛에 맞는 법안과 제도들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 여권의 의회권력은 아직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국민의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이 커진 만큼, 아직 균형과 협치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인 셈이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을 입에 올린다. 탈당파들은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에 부응한다고 하지만, 불과 288일 전 석고대죄하며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가겠노라고 뛰쳐나왔다가 당대표 교체·박근혜 출당밖에 없는 친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보기엔 좀 민망하다.

철새도 해마다 때가 되면 가는 길이 정해져 있다. 수천 리 수만 리 먼 곳의 목적지를 향해 우두머리 새를 중심으로 대오를 유지하며 사력을 다해 날개 짓을 한다.

정치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철새가 가는 길 보다 어지럽고 가볍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 뱉는 우리 정치판의 졸렬함을 언제까지 봐야 할지 걱정이다.

국민 앞에 내세운 정정당당하게 개혁보수의 길을 바른정당에서 죽기 살기로 해보려는 흔적도 보이질 않는다. ‘오로지 당선만 된다면 철새면 어떻고 철면피면 어떤가’라는 편한 생각들이 또 언젠가 부메랑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바른정당에 남아있는 정치인들이라도 좌불안석(坐不安席)하기보다 창당 초심을 되새겨 국민과의 약속을 기억해보는 시간들을 가진다면, 또 새로운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때이다.

 

박동규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청와대 행정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한반도희망포럼 사무총장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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