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수①] ‘수꼴’ 이미지·영남주의 고착화…체질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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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수①] ‘수꼴’ 이미지·영남주의 고착화…체질개선 시급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7.11.1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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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정국과 19대 대선 거치며 수구 이미지 더욱 고착화
수구·극우 이미지, 영남패권주의로 연결…극복 못하면 수권 불가
개혁(改革), 탈(脫)영남에 부합하는 '남·원·정' 같은 참신한 리더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병묵 정진호 송오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19대 대선 패배로 완벽하게 몰락한 보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탈당한 통합파 의원들은 보수야당 재편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론의 호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라는 비난의 화살만 받고 있다.  

현재의 보수야당의 지리멸렬한 상황은 ‘수구·극우 이미지’, ‘영남패권주의 논란’ 등으로부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할 보수의 참신한 리더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연스레 십여 년간 개혁보수를 논했던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에게로 관심이 쏠린다.

현재의 보수야당의 지리멸렬한 상황은 ‘수구·극우 이미지’, ‘영남패권주의 논란’ 등으로부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할 보수의 참신한 리더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연스레 십여 년간 개혁보수를 논했던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에게로 관심이 쏠린다. ⓒ 시사오늘 그래픽=이근

◇ 박근혜 탄핵과 19대 대선 거치며 수구 이미지 더욱 고착화

한국당의 ‘수구·극우 이미지’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더욱 고착화됐다. 탄핵을 찬성하는 광화문 촛불 세력에 대항해 만들어진 ‘태극기 집회’ 세력과 이에 동조하며 보수층 재결집을 노린 정치세력들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탄핵에 찬성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탄핵 반대로 마음을 바꾸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열정적으로 ‘박근혜 탄핵 기각’을 외쳤고, 친박 의원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TK(대구·경북)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이었다. 특히,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TK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릴 땐 이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박근혜 탄핵기각을 위한 총궐기 국민운동본부(탄기국)’가 지난 2월 26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을 때,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대구 태극기로 통산 16회 출전. TK의원들 거의 다 나왔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TK 의원들의 이러한 행보는 지역 민심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의 이러한 TK 민심 의식은 대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는 3~5일 간격으로 TK 지역을 집중유세하며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TK 경로당’, ‘TK 자민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홍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1.08%)에 이어 2위(24.03%)를 기록하며 나름 선전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외에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당 쇄신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추진하면서 한국당의 ‘수구·극우 이미지’는 한 번 더 단단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친박 청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홍 대표와 8선의 친박계 맏형인 서 의원은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 의원은 지난달 22일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관련 사건 검찰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제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 만약 홍 대표가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제가 진실을 증명하겠다”고 녹취록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홍 대표도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같은 당 초·재선 의원들은 ‘홍 대표 사퇴와 서·최 의원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끝없는 진흙탕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 세 사람의 동반 후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 한 고위관계자도 11월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성완종 리스트 뇌물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와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홍 대표와 탄핵 당한 박 전 대통령의 탄생 일등 공신인 서 대표 간의 볼썽사나운 싸움은 한국당의 소위 부패한 ‘수구 꼴통’적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켰다”면서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주장처럼, 이 세 사람의 동반 2선 후퇴가 보장되지 않으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힘을 합쳐 ‘보수대통합’을 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또 다시 외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구·극우 이미지’, 영남패권주의로 연결…극복 못하면 수권 불가

보수정당의 ‘수구·극우 이미지’는 영남패권주의와도 연결된다. 약 60년의 한국 정치사에서 영남은 정치적 헤게모니를 놓친 시간이 더 적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든 대통령은 영남에서 배출됐다. “영남에 지역기반이 없는 한, 대권 잡기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귀향(歸鄕)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 2016년 김 전 지사가 서울 동작구 보궐선거를 마다하고 대구에서 출마하자 당시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들은 “대권이 목표인 사람으로서, TK 패권론을 다분히 의식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남패권론의 실재(實在)여부를 떠나, 보수정당은 영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의석은 물론, 대의원과 당원들의 숫자를 압도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국당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수도권은 포기하고 영남, 특히 TK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바른정당 역시 지난 7월 19일 ‘바른 보수’ 알리기 전국 투어의 첫 장소로 대구를 선택했다. 그 다음날(20일)에는 안동·영천 등 경북 지역을 집중적으로 돌았다.

한국당 이성헌 서대문구갑 지역위원장도 10월 24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영남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문화와 패턴을 바꿔야 한다”며 “영남을 챙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現 한국당)은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의 삼분의 일조차 건지지 못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영남패권주의는 바른정당의 실패 요인으로도 종종 거론되기도 한다. 한국당처럼 영남에 집착하다 ‘한국당 2중대’ 소리를 들으며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 개혁(改革), 탈(脫)영남에 부합하는 ‘남원정’ 같은 참신한 리더 나와야

‘옛날 정치’를 답습하는 행태와 ‘영남패권주의’에 발이 묶인 현 상황은 보수 위기의 본질이다. 때문에 보수가 개혁(改革)성과 탈(脫)영남을 ‘신 리더십’의 필요조건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보수층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이름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일 가능성이 높다. 남 지사는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에서 정병국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함께‘미래연대’와 ‘새정치수요모임’을 통해 보수 개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지금도 보수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이른바 ‘남·원·정’을 개혁 보수의 상징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998년도에 정치에 입문하고 5선의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까지 지냈음에도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남 지사의 최대 강점이다. 남 지사는 경기지사 당선 이후 연정(聯政) 실험을 통해 구태 정치와 결별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협력보다는 갈등, 토론보다는 대안 없는 반대가 한국 정치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은 개혁을 요구하는 보수 지지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무기다.

경기도 출신이라는 점도 ‘탈영남’ 요구에 부합한다.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남 지사는 경기도 수원에서 15·16·17·18·19대까지 5선을 역임하고 지금은 경기지사로 재임하고 있다. 보수 정당 리더로서는 드물게 경기도를 지지 기반으로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개혁성과 탈영남 조건에 부합한다. 원 지사도 남 지사와 마찬가지로 보수 진영 내의 대표적 ‘소장파’였으며, 영남과는 인연이 없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 지사는 제주지사 취임 이후 혁신적 정치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남 지사와 함께 협치(協治)의 아이콘이 됐고, 대선 출마로 세(勢)를 모으는 대신 고향 제주에서 행정 능력을 검증받는 정도(正道)를 걸어가고 있다. 16·17·18대 3선 의원과 제주지사를 역임했음에도, 기성 정치보다는 ‘새 정치’에 가까운 향기를 내뿜는 비결이다.

또한 원 지사는 제주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주의 아들’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임계점(臨界點)에 다다른 지역감정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치인일 수 있다. 보수가 지역주의를 넘어 진정한 이념(理念)의 집합체가 되고자 한다면, 원 지사의 지지 기반에 매력을 느낄 확률이 낮지 않다.

정병국 의원은 남·원·정 중 맏형이다. 그러나 인지도는 제일 떨어진다. 하지만 정 의원도 제20대 국회를 거치면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개혁 보수’ 기치를 내걸고 창당한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맡으면서 개혁적 이미지를 제고했고, 리더로서의 경험도 축적했다. 행정 경험은 없지만, 전례 없는 격랑(激浪)에 휩싸인 여의도에서 보수 개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의원이 개혁 보수 세력의 가장 앞자리에 선다고 해도, 이를 의아하게 여길 국민은 거의 없는 이유다.

정 의원도 영남 지역주의와 거리가 먼 인물임은 물론이다. 그는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경기도 양평·가평에서 내리 5선을 했다. 개혁성과 탈영남을 시대정신(時代精神)이라고 보면, 정 의원이 새 리더십의 후보군에 포함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 ‘남·원·정’, 보수의 큰 자산 맞지만 존재감 미미(微微)…내년 지방선거 후 존재감 부각 가능

하지만 보수 진영 내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솔직히 미미(微微)하다. 이들을 보수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호평했던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도 지난 10월 2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보수의 가장 큰 자산임에는 틀림없으나 솔직히 존재감이 없고, 이를 살릴 수 있는 모멘텀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이 당장 수구이미지나 영남주의 탈피를 위해 노력할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여전히 정치적 근거지인 영남에 집중하고 있으며, 영남 대부분 지역에선 한국당이 여당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이성헌 서대문구갑 지역위원장도 지난 9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지금 정권이 바뀌었어도 영남에는 기초단체장에서부터 기초의원까지 대부분 한국당 사람들이다”면서 “그래서 영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위기감에 둔감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원·정’의 존재감은 내년 6·13 지방선거 후에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수진영의 지방선거 패배를 가정해서다.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수구이미지와 영남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눈을 남·원·정에게로 돌릴 가능성 있다.

남·원·정도 보수의 차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외면하며, 각자도생에만 몰입해서는 안 된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정치권의 다음 세대들을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그러한 시대의 책무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돌파했다. 그리고 시대의 큰 정치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1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1970년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을 막지 못한 신민당은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나약한 신민당을 개혁하기 위해 김영삼이 ‘40대기수론’을 들고 나왔던 것을 상기해 봐야 한다. 혼자 힘으로 벅차다고 생각했던 김영삼은, 라이벌인 김대중과 이철승까지 끌어들여 당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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