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오늘]반도체 생산확대 나선 삼성전자, 치킨게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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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오늘]반도체 생산확대 나선 삼성전자, 치킨게임 시동?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11.15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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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 부문 투자에만 29조원 '베팅'한 삼성전자…"D램 공급부족 현상 끝날 수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삼성전자가 D램 생산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배경에 대해,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과거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치킨게임’ 양상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후발주자인 중국업체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62조500억원, 영업이익 14조53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이러한 실적 신기록 행진의 바탕에는 반도체 사업이 자리한다. 3분기 반도체 사업은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꿈의 50%’에 도달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호황은 예상보다 빨리 종식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 난립 현실화…삼성전자 치킨게임으로 '싹' 자르나?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을 견제하기 위해 D램 가격을 하락시키는 ‘치킨게임’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D램)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에 따라 D램 공급부족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김기남 사장이 DS 부문장에 취임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업계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에 입사한 이후, D램 개발실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겸 OLED 사업부장 등을 맡아왔다.

그런 김 사장의 별명은 ‘싸움닭’이다. 경쟁업체와의 승부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수로 대응해 상대를 압박한다는 의미다. 10년 전인 2007년 ‘반도체 치킨게임’이 촉발됐을 당시 30~40나노대 D램 개발기술을 놓고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 독일 키몬다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도 삼성전자는 D램개발실장이었던 김 사장의 주도로 기술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치킨게임의 결과, 키몬다는 파산했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한 엘피다 역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강력한 경쟁자 두 곳이 무너진 이후,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점하며 1위 자리를 굳혔다. 강력한 추진력이 특징인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로 볼 때, 제2의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해도 억측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국 맹추격 하는 中 반도체 업체들 막강한 자본 있지만 아직 기술·생산력은 약해

현재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를 주축으로 한 과점형태가 구축돼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약진은 이 같은 과점 구도를 흔들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 지난 2014년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7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업체 칭화유니그룹은 올해 초 난징에 30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젠진화반도체의 경우, 370억위안(약 6조2900억원)을 들여 D램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과의 기술격차는 중국 업체들이 아직 넘지 못한 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과 자본이 집약되는 사업인 만큼, 단기간에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중국과 한국 업체들의 기술 격차를 5~7년 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만 29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역대 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화성 공장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설비 일부를 D램 설비로 전환하고, 평택 공장 2층도 D램 증설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내년 반도체 투자는 향후 2~3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의 시설투자”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3년간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을)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현재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가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뛰어들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하락이 본격화되면, 충분한 기술력과 생산성을 확보하지 못한 후발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익에서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을 넘는 68%에 이르는 만큼,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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