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MB 행보와 수사,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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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MB 행보와 수사, 어디로 ?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7.11.18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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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한 법집행, 전직 대통령 ´불행역사´ 청산을
MB수사 불가피 진실규명 사태책임 앞장서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는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MB(이명박) 정권도 어김없이 거센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MB는 문재인 정부를 '정치보복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문 정부의 수사칼날은 MB를 향해 더욱 옥죄어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언론들의 보도도 시각에 따라 상당히 엇갈리고 있고, 이 사태에 관한 국론분열 조짐도 없지 않다. 인터넷 세계화 시대, 문제가 된 '댓글사태' 수사강도도 심화일로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정확히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국면으로 보인다.

MB는 최근 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검찰 수사행태를 공개 비판, 정치보복으로 주장했다.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퇴행적 시도’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길엔 직접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사회 모든 분야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면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일축, "지난 6개월간 (새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문 정부의 과거 정권 적폐청산 작업에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간 측근들에게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번 한가위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대국민 인사말에서 “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특히 최근 초점이 되고 있는 '댓글공작' 수사와 관련, MB의 최측근이자 '입'인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시시콜콜 댓글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이 전체의 0.45%만 문제가 있다고 법원에서 인정했다”고 항변, 현 정부의 수사가 사실을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MB주장과 다른 '댓글공작'

그렇지만, 현 검찰의 수사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댓글부대를 운영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구속한 데 이어 임기 중의 댓글공작 등 정치·선거 개입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도 유죄가 선고됐고, 역시 군부대를 동원한 댓글공작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까지 구속시켰다. 김 전 장관은 2011~2012년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지시하고, 여기에 투입할 군무원들을 친(親)정부 성향으로 선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이런 사태로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사이버사와 국정원 불법 활동의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이 문 정부를 적반하장식으로 완전히 비판하고 나선 형국이다. 현 상황 대로라면, 당시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최소한의 사과나 반성을 했어야 했지만, 자기가 짊어질 허물을 진솔하게 되짚기는 커녕 자기 합리화에만 열중하는 모양새다.

현재 '수사상황'은 MB의 주장과 분명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구속된 김 전 국방장관은 사이버사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확보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을 김 전 장관에게 보여줘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는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작성된 이 문건에는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돼 있다. 김 전 장관 스스로도 "대통령께 증원 계획을 한두 차례 보고했더니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승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의 이 지시에 따라 사이버사령부는 대선을 앞둔 그해 7월 예년의 10배 가까운 군무원을 선발, 상당수를 사령부 내 심리전단에 배치했다. 사이버사가 댓글조작을 하면서 청와대와 공모한 물증도 이미 나온 상태다.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지난주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한 사건의 배후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가 MB를 향해 바짝 다가선 양상으로 MB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이제 MB 스스로가 수사결과에 대해 설명해야 할 차례다. 진정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역할 및 직접지시 밝혀져야

2012년 대선 과정에서 터진 댓글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지만, 댓글 활동은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하진 않았지만 수사의 칼날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MB를 둘러싼 의혹은 구속된 김 전 국방부장관의 진술과 검찰이 확보한 문건의 구체성으로 볼 때 검찰수사를 피해갈 수 없는 지경에 봉착했다. 

따라서, MB가 자신과 보수진영에 대한 감정풀이나 정치보복으로 단정하고 수사의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원로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 활동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연유로 도입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아랫사람에게 떠넘기지 말고 본인이 다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MB는 이번 회견발언에서 '군 사이버사의 활동과 관련해 (증원계획 등을)을 보고받은 것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문제의 핵심이 된 친정부 성향 군무원 선발 증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과 관련, 이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북한의 심리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증원을 허가한 것”일 뿐이란 주장을 내놨다. 군무원 증원 지시 자체는 문건으로 드러났으니 인정하되, 구체적 내용은 부인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종전의 10배 가까운 인력을 갑자기 증원하면서 ‘우리 사람 가려 뽑으라’는 지시까지 해놓고, 그 의미를 이렇게 단순히 해석해 버린다면 문제점은 더욱 함축된다. 비슷한 시기, 국정원 역시 선거개입 댓글공작을 강화한 사실까지 함께했기에 정황은 더욱 그렇다. 이것은 검찰이 앞으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 관련자들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역할과 지시 내용 등을 분명하게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재임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사건과 국정원의 정치관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귀빈실로 들어서는 이 전 대통령. ⓒ뉴시스

MB정권 의혹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우익단체를 활용한 국정원 정치공작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이미 국정원 개혁발전위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홍보수석 등 참모들이 직접 국정원에 공작을 주문한 사례도 관련 문건에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다. 이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당시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납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도 이번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에서 ‘#그런데 다스는 누구 것?’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이 온라인에선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출국금지 청원에 8만명 넘는 시민이 단숨에 서명한 데서 보듯, 10년 묵은 ‘비비케이-다스 의혹’도 이제 더 이상 진상 규명을 늦출 수 없는 현안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집권기간 동안 역사를 거꾸로 돌린 흔적이 역력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이던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탄압한 혐의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수사가 촉발됐지만, 국정원의 블랙리스트·방송장악 문건도 청와대에 보고된 정황이 나와 MB가 ‘의혹의 몸통’으로 부상하고 있다. ‘MB 정부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국정원이 ‘VIP(대통령) 일일보고’ ‘BH(청와대) 요청자료’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는 좌편향 문화예술계 인사 등의 실태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했고, 국정원은 이같은 형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한 인사들은 “당시 국정 총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MB정부 국정원은 구체적 계획과 로드맵까지 마련, 공영방송 KBS와 MBC를 장악하려 한 정황도 국정원 자료와 KBS 노조의 문건 공개 및 피해자 증언 등을 통해 밝혀졌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일부 내용을 공개한 ‘KBS 조직 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 보고서의 핵심은 ‘좌편향’ 인사의 퇴출로 돼있다. 보고서는 ‘좌편향’ 기자와 PD의 실명을 거론하고 성향을 분석한 것은 물론 ‘좌편향 간부는 반드시 퇴출, 좌파세력 재기 음모 분쇄’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간부마저 퇴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노조와 정연주 전 사장의 퇴진에 반대했던 ‘사원행동’을 배제 집단으로 적시하고 MB 정부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간부들은 ‘무소신’으로 분류해 보직을 변경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새노조에 따르면 이 문건은 2010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로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까지 했다는 요지로 나타났다.

또한 MBC를 겨냥해 만든 문건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으로 되어 있다. 원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만든 이 보고서는 “일괄 사표를 받고 나서 선별 수리하는 방식으로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좌편향’ 인사 및 문제 프로그램의 퇴출과 이를 통한 노조 무력화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MBC를 민영화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들 보고서 내용대로 MB 청와대와 국정원이 손잡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면, 그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그런 시도만으로도 심각한 헌법ㆍ법률 위반이 아닐 수 없다.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국가에너지

청와대는 이번 MB의 회견 내용에 대해 “적폐청산은 개인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는 우회적 논평을 내놓았다. 그 실질적 정황으로, 최근 집권여당은 국정감사가 끝나자 73개 적폐리스트를 만들어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문건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총정리한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특혜 의혹, 박 전 대통령의 위안부 협정 관련 내용 등이 들어 있다. 보수정권의 지난 9년 활동을 샅샅이 뒤져 처벌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이를 위해 현재 문 정부 청와대는 전 부처에 지시해 적폐청산 TF를 만들었고, 서울중앙지검 검사 인력의 40%가 적폐 수사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문 정부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군과 국가정보원, 검찰 등을 총동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있었던 불법과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만큼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폐청산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전 정권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주요 인사들이 구속되다 보니 정치보복 논란 등 역풍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반발하는 현직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과 검찰 내부의 반발 등 부작용도 있었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지면서 검찰의 무리한 적폐청산 수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온갖 적폐청산 TF를 설치해 전(前), 전전(前前) 정권 실정을 파헤쳤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MB를 고소·고발했다. 그러자 야당은 자살한 전직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까지 되살려 그 가족을 고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현재 MB의 '반발'은 자유한국당 등 구 여권이 현 정부의 대대적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정부의 부처별 적폐청산 TF 구성과 관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고발키로 했다. 이렇듯 여야의 과거사 격돌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가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등 정쟁도 격화될 조짐이다.

이미 많은 증언·증거와 자료가 축적돼 있다. MB의 태도에 따라 진실이 쉽게 가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심각한 논란과 국론 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MB도 당연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적 투쟁에 그쳐야지, 정치투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와관련,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과 불신감이 확대재생산 되나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적법절차에 따라 실체를 규명하는 접근 방법만이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의혹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 될것이다. 국민들에게 그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국민들이 정부와 검찰에 거는 기대이며, 검찰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철저히 실시,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하는 귀감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 

'정치보복' MB반발 배경  

물론, MB로서는 섭섭하고 불쾌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바레인 정부 초청으로 출국하는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며 출국정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하루 만에 수만명이 동참하는 것을 보고 정치보복성 '망신주기'라고 여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집권당시 주요 당국자들의 댓글 활동 그 자체가 북한이 국경에 제한받지 않은 對南 심리전 활동을 강화하는 것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도 유의할 점은 있다.

2011~2012년으로 되돌아가보면, 당시 급증하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전 전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북한이 3만 명의 전자전 병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북한은 수차례 우리 정부기관과 금융·언론기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시도했다. 중앙일보도 2012년 6월 9일 북한의 해킹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결국, 검찰 수사와 더불어 민주당의 폭로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거 정권 적폐 들추기에 정치보복성 성격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보와 민생 위기가 심각한데 과거사에 국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각의 평판도 일리가 없지않다. 하지만, 명백히 드러난 위법과 비리 의혹을 덮어버리고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 기관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위법에 대해서는 응분의 벌을 받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불법 정황이 농후한 재임시절 여러 의혹 규명 작업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다.

국정원의 노골적 선거 개입,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사찰과 탄압, 방송 장악 시도 등 제기된 불법행위 의혹들은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사태들이다. 현재 제기된 의혹은 민주주의의 기본 및 헌법질서와 직결된 것이어서 정치공세나 뒷거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와 여권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되고, 진보ㆍ 보수 편 가르기나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MB의 책임 있는 자세가 먼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진실규명에 협조하고 책임질 것은 지겠다는 자세가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정치문화 낙후성 극복과제

현재로선 정확한 실체의 조속한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직접조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전직 대통령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일지라도 불법 행위가 밝혀질 경우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 박 전 대통령에 이어 MB 수사라는 또 하나의 불행한 역사와 갈등은 어떻게 정리되어 나가야 할 것인가.

MB가 출석하면 노태우· 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헌정 사상 다섯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때문에 한국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대부분 정치적으로 순탄치 못한 여생을 보냈다. 사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라 수난을 겪거나 감옥에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소환 등으로 강도높은 수사를 받는 와중에스스로 목숨을 끊은 극단적 사례도 있었다. 한국 정치문화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유감스런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 자신은 물론 상당수 가족들까지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한국 정치권력의 후진성을 말해주는 비극임에 틀림없다.  이번에는 이같은 불행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연관성이 있거나 혐의가 드러나면 조사해야만 하고, 탈법·위법행위가 밝혀지면 적법하게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 순리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는 이제 끝을 맺길 염원한다. 그러려면 일벌백계로 사법정의를 제대로 바르게 세우는 게 도리에 맞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경종이 될 것이다.

시대요구 - 선진문화 승화 계기로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는 길_. 미국의 경우는 우리에게 교훈을 던진다. 최근 미국 전직 대통령 5명은 텍사스주의 한 대학에 모였다. 허리케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에 참석한 것이다. 지미 카터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생존한 전직 대통령 전원은 서로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보며 얘기를 나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 5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뜨거운 감사를 표했다. 재난 앞에 전·현 대통령이 하나로 뭉쳐 국민 통합을 주도하는 감동적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재난보다 더 큰 안보위기 속에서 사생결단식 정쟁을 벌이는 우리의 정치 풍경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더욱이 카터는 백악관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의회에 나가 에너지 문제에 고견을 낼 정도로 존경받고 있다. 우리는 왜 카터와 같은 전직 대통령을 갖지 못하는지, 한국 사회의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냉철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수사를 한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국가 위신이 떨어지는 것은 차후 문제일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형 비리의 단죄와 재발 방지다. 이제는 전직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들이 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즉, 과거 권력기관의 불법행위를 청산하라는 것은 국민의 요구이자 명령이다. 검찰의 소환조사는 혐의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인 만큼, MB도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자술할 것은 자술하는 것이 전직 국가수반의 도리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과 공직에는 더욱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고,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의 관행과 이전의 문화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정밀한 확대경을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사회의 변한 모습이요, 시대적 요구라 하겠다.

이런 시대흐름의 변화속에서, 현재 정치인 및 공직자의 말과 행동은 그 하나하나가 어떠해야 할지 스스로의 자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력과 그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 부터 먼저 다시한번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겠지만, 모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그런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전직 대통령 일지라도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한 사법처리의 수위를 제대로 결정해 나갈 경우, 한국이 선진 법치사회로 승화하는 역사적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역시 엄정한 법집행이 살아있을 때만 가능하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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