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병국의 ‘용기’와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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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병국의 ‘용기’와 ‘소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11.2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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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적 유불리에 앞서는 소신행보가 바로 품격이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2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당연한 예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정치적으로는 지지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같은 날 본지와 인터뷰한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YS의 사진을 나란히 거는 데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역시도 보수의 지지층을 감안하면, 소신발언에 가깝다. 같은 날 있었던 두 가지 목소리에, 이 시대 정치인의 용기를 생각하게 된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2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당연한 예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정치적으로는 지지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같은 날 본지와 인터뷰한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YS의 사진을 나란히 거는 데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역시도 보수의 지지층을 감안하면, 소신발언에 가깝다.

같은 날 있었던 두 가지 목소리에, 이 시대 정치인의 용기를 생각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서 “문민정부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치와 의미는 결코 폄하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면서, “YS가 연 문민시대는 민주주의를 상식으로 여기는 세대를 길러냈다”고 밝혔다. 이어 YS의 민주화 운동 여정과 문민정부의 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추도사는 공치사(空致辭)가 아니다. 어찌 보면 YS의 한국 정치사에서의 비중을 담백하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본인 역시 민주화 운동에 몸 바친 인권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에겐, 당연히 보내는 선배에 대한 헌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안 우리 정치는 극단적인 갈등의 시대를 보냈다. 인정과 타협, 통합의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이날 추도식 참석과 추도사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었다.

특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당합당에 반대하며 YS와 갈라섰었다는 점에서, 친노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지지율이 중요한 국정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일명 'YS 시계 사건'을 바로 곁에서 목도한 인물이다. 'YS 시계 사건'이란,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첫 행보로 YS를 방문, 평소 차고 다니던 'YS 시계'를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했다가 호남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폭락했던 일을 말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망설이지 않았다. 추도사의 마지막 구절처럼, 문 대통령은 행동을 통해 YS가 남긴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겼다.

같은 날 이보다 조금 앞서, 기자는 상도동계의 막내격인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을 만났다. 그는 이날 추도식에 사회를 맡기로 한 상태였다.

한국당에 박정희와 YS의 사진이 나란히 걸리는 아이러니에 대해 물었다. 정 의원은 단호하게 “한국당은 그렇게 YS의 정치철학을 이용하고 왜곡시키면 안 된다. YS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호랑이를 잡겠다’고 했을 때, 그 호랑이가 박정희와 군부세력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바른정당이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나, 보수정당에 몸담은 정치인으로서 이 역시도 정략적으로 생각해선 나올 수 없는 소신발언이다. 세가 축소된 바른정당의 당 차원에서도 여전히 한 줌의 지지율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망설이지 않았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났던, 한 시대를 풍미한 원로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신이 정치적 유‧불리에 앞서는 것은 기본"이라고 했다. 기자는 정치적 부분을 계산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선언한 문 대통령과, 원치 않는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정 의원에게서 그러한 정치인의 품격을 봤다.

▲ 정치적 부분을 계산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선언한 문 대통령과, 원치 않는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정 의원에게서 그러한 정치인의 품격을 봤다. 사진은 22일 열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하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사회를 보는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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