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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정 "전국 학교에서 전통 다례 가르치는 날 소망"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2천년 한국 차 문화, 왜란·강점기로 일본에 모두 뺏겨"
"박람회 통해 세계가 이제 한국을 차문화 국가로 표시"
2017년 11월 27일 08:55:36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한국에도 차(茶) 문화가 있다.

굴곡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수많은 것 가운데 한국의 다례(茶禮)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를 불문하고 늘 문화를 지켜내고, 되살리는 뜻있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성곡 김성곤 전 쌍용그룹 회장과, 그의 아내 명원 김미희 여사가 그랬다. 두 사람의 뜻은 그들의 딸로 이어졌다.

그가 바로 한국 다례의 종가인 명원문화재단의 김의정 이사장이다. 모녀(母女)는 2대에 걸쳐, 숨을 거둔 줄 알았던 한국의 다례를 되살렸다. <시사오늘>과 14일 서울 성북동 명원문화재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한국 차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지금 되살아난 한국의 다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차와 함께 40년을 보낸 그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다향(茶香)이 묻어있었다.

   
▲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국 차 역사 2000년…일본에 빼앗긴 문화

-우리의 차 문화라고 하면 아직 생소해 하는 이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다도는 일본의 것인 줄 안다. 하지만 우리 차의 역사는 깊다. 문헌을 거슬러올라가보면 가야시대부터 기록이 있다. 이는 신라로 이어졌고, 고려에서 절정에 달했다. 차를 마시는 방법엔 찻잎을 우려마시는 잎차와 가루차를 점다하여 마시는 말차가 있는데, 고려 때엔 이 두 가지가 모두 있었다. 절에서 행사하는 연등회, 팔관회 등에도 차가 꼭 필요했고, 길례·흉례·가례에 더해 사신을 차로 접대하는 접빈례, 전쟁 당시 차를 마시는 군례도 있었다. 차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걸프전때도 탱크 안에 차를 마실 수 있게 비치하고, '애프터눈 티'시간엔 먼저 총도 쏘지 않았다고 하지 않나. 우리에게도 그런 전쟁에서의 차 문화도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약간 위축되긴 했지만, 차 문화가 남아있었는데 임진왜란때의 약탈,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모두 일본에서 가져갔다."

-차와 관련된 유물이 우리나라엔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들었다.

"차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자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 가장 탐냈던 것이 바로 자기다.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 외엔 자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특명을 내려, 고쇼마루라는 전용 배까지 주면서 우리나라의 차에 대한 기록, 차와 관련된 모든 유물들을 모두 가져오라고 했다. 그 결과 한국엔 아예 차 문화의 기반이 될 만한 다기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일본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차 유물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일본에는 매년 조선의 다기 도구만 전시하는 개인 박물관이 있다. 봄과 가을마다 열리는데, 내가 몇 십년 동안 가도 똑같은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많은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도 한국의 차 문화가 완전히 사라질 뻔 했다고 들었다.

"일본은 차 문화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각 집에는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다실이 있다. 다실에 초대받는다는것은 굉장한 영광이다. 이를 외국 귀빈들이 오면 대표적 문화로 소개하면서, 외교에 발빠르게 이용했다. 게다가 조선시대에 잡아간 도공들이 만든 자기를 통해 다기도 많이 발달시키고, 외교에 이용했다. 그리고 강점기 때 우리에겐 주로 술 문화를 유행시키려 했다. 차례에서 술을 쓰는 것도 그렇게 된 일이다. 원래 차를 써서 차례다. 그나마도 여학생들에겐 일본식 다도교육을 시켰다. 우리 어머님이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도, 그 일본식 다도교육이다."

다례는 정적인 문화의 정점인 종합예술

-어머님인 명원 김미희 여사는 한국의 다례 개념을 최초로 정립한 분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친정인 안동에서 배우신 다례 예법과 일본식 다례 예법이 너무 달랐다. 그래서 의문을 품고 계시다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통해 유럽과 경유지인 일본 동경을 다녀오게 되셨다. 당시엔 이승만 대통령이 어지간해선 비자를 내주지도 않을 때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성곡 김성곤 회장)께서 대통령을 설득했다. 스포츠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대표팀의 모든 비용을 대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어머니도 함께 나가시게 됐는데, 그곳에서 유럽의 티 파티 문화를 접하셨다. 모든 중요한 논의는 그 자리에서 이뤄졌다. 충격을 받으신 어머니는 경유지인 일본에서 일본이 차 문화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어떻게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지 보셨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차 문화를 복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시게 됐다.

-이미 한국 차 문화가 많이 사라진 상태여서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 같다.

"순종의 황후인 순정효 황후가 어머니와 가까운 사이셨다. 당시 왕실 사람들이 어렵게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래도 먹고는 살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많이 도와드렸다. 그래서 고마움을 가지고 있던 황후가, 어머니의 부탁에 상궁 세 사람을 소개해줬다. 그 중 김명길 상궁에게 어머니는 정통 왕실 다례를 전수받았다. 나머지 두 사람이 황혜성 씨로 궁중음식을, 석주선 씨로 궁중복식을 끊기지 않게 전수하게 됐다.

   
▲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듣다 보니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우리 문화 보존에 관심을 정말 많이 기울이신 것 같다.

"문화라는 것은, 돈만 가지고도 안 되지만 돈이 없으면 또 안 된다. 현대와 삼성이 없던 시절, 아버지는 우리나라 주식회사 1호를 세우면서 크게 성공하셨다. 그리고 가난한 전통하는 사람들, 소외된 예술가들을 많이 지원했다. 사물놀이, 앙드레 김, 전통을 연구하는 학자들 등을 아낌없이 도왔다. 아버지가 한 번은 '우리가 1년에 후원하느라 쓴 돈이 얼만지 아니. 웬만한 중소기업 하나 지을 돈이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신 적도 있다. 그렇게 다 끊기고 사라지는 것들을 많이 지켜내셨다. 한 예로, 1979년에 처음으로 우리 차 학술대회를 열었다. 발표할 학자가 없어서 준비기간이 무려 10년이 걸렸다. 지금은 외국 대사들이나 그 부인들이 재단에 와서, 한국에 이렇게 좋은 차 문화가 있는지 몰랐다고, 평생 잊지 않을 것 같다고 하게 됐다"

-그 따님인 김 이사장께서도 명원 세계차 박람회로 전 세계에 우리 차를 알렸다.

"올해로 22년이 됐다. 호텔에서 열던 행사가, 이제 몇 년 전 코엑스로 옮겨서 해야 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무엇보다 뿌듯한 것은, 세계 차문화 지도에 차를 즐기는 문화가 있고, 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초록색으로 표시된다. 그동안 중국, 일본은 색칠돼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없었다. 그러나 세계 차 박람회를 통해 이제 우리에게도 차 문화가 있음을 알렸다. 우리도 초록색으로 표시되면서 전 세계가 알게 됐다."

-현대 사회에서 다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왜 중요한지 들려준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동적 문화는 발달해있다. K-pop이라든가, 다양한 문화산업 대부분이 동적 문화에 치우쳐져 있다. 반면 정적 문화, 정신문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동방예의지국은 지금 어딜 갔는가. 다례는 정적인 문화의 정점이다. 인성교육을 위한 종합예술이다. 요즘은 그래도 젊은 사람들 중 눈을 뜬 이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전통 다례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식이 섞인 것을 가르치는 아류도 버젓이 있다. 우리 명원문화재단은 궁중 다례의 정통성을 가지고,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식 대신 안목을 가르친다. 나는 혼자 알 수 없는 것 만을 가르쳐 왔다. 정치권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도와준다면 기쁠 것 같다.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우리의 다례 책과 다례를 가르치는 시간이 생겼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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