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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YS에게 배워야 할 교훈
<기자수첩> 문재인 정부, 제도 개혁으로 군사독재 적폐 일소(一掃)한 문민정부 참고해야
2017년 11월 27일 16:22:34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정부는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개혁 드라이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뉴시스

중국 당나라 때 장연상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관직에 몸담는 동안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인물로 널리 명성을 얻었다. 어느 날, 장연상은 황제의 친인척을 비롯한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의 비리 사건 수사를 맡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장연상은 부하들에게 지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부하들은 그에게 황제의 친인척이 관련된 일이니 적당한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자고 청(請)했지만, 장연상은 눈도 깜빡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장연상은 3만 관(貫)을 줄 테니 사건을 덮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자 그는 크게 화를 내면서 조사에 박차를 가하라는 명을 내린다. 다음 날, 장연상의 책상 위에는 10만 관이라는 어마어마한 뇌물이 놓인다. 이때 장연상은 후세에 남을 명문(明文) 한 마디를 남기고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시켜버린다.

“10만 관은 귀신과도 통할 수 있는 돈이니, 이를 거절했다가는 내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錢至十萬, 可通神矣. 無不可回之事, 吾懼及禍, 不得不止).”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는 사자성어의 유래가 된 이 고사(古事)는 돈의 위력을 강조하는 말로 흔히 활용된다. 그러나 장연상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는 가변적(可變的)이어서, 제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유혹 앞에서 마냥 초연(超然)할 수 없다는 교훈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積弊淸算)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여야(與野) 진영에 관계없이, 부정의(不正義)한 방법으로 재물과 명성을 축적해온 인사(人士)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으로 비워진 자리는 각 분야에서 명망 높은 전문가들로 채우고 있다. 이는 응당 해야 하는, 어쩌면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책무(責務)’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적폐청산이 곧 ‘인적 쇄신’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서두에 언급한 장연상의 사례처럼, 개인의 인격과 품성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지속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명권자가 인사(人事)에 실패하더라도, 설사 고위 공직자가 초심(初心)을 잃고 사익(私益)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또 다른 적폐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는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개혁 드라이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설 당시, 우리나라는 권력을 활용한 고위 공직자의 부정축재(不正蓄財)가 횡행(橫行)하는 사회였다. 30년 넘게 이어진 정부의 정보 독점과 상명하달(上命下達)식 행정이 낳은 부작용이었다. 이와 같은 군사독재의 적폐를 일소(一掃)해야 했던 YS는 ‘제도 개혁’에 눈을 돌린다.

우선 취임 첫 해부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공직자 재산공개’를 도입, 고위 공직자의 부도덕한 축재(蓄財)를 근원적으로 차단했다. 군사독재 시절 고위 공직자들은 고급 정보 악용, 뇌물 수수(授受)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온 만큼, 매년 재산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 비상식적 재산 증식을 미연(未然)에 방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아울러 금융실명제를 통해 ‘검은 돈’과 ‘탈세(脫稅)’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비실명(非失名) 금융거래로 투기성 자금과 부정·부패 자금이 지하경제를 형성한 상황에서, YS는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 ‘금융실명제 및 비밀보장을 위한 법률’을 전격 실시했다. 부정축재·부정부패·탈세 등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교체(交替)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 체질 변화를 위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적폐를 뿌리부터 뽑아낼 수 있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YS 서거 2주기 추모식에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는 경제정의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결국은 제도로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냐 아니냐의 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아 좀 더 두고 봐야겠다”고 했다. 제도와 사람 사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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