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지시 의혹 '정중동 행보' 대우건설, 악재 속 악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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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지시 의혹 '정중동 행보' 대우건설, 악재 속 악재 우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12.1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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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우건설이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정중동'을 고수하며 매각작업 불투명성을 희석시키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우건설의 행보를 산업은행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써밋'의 브랜드 강화전략을 발표했다. 푸르지오 써밋은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에 최고·정상을 의미하는 '써밋(Summit)'을 결합한 프리미엄 주거상품 브랜드로, 이를 통해 주요 랜드마크 지역에서의 수주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대우건설이 이번 브랜드 강화전략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방증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국내 업체 중 최초로 프리미엄 주거브랜드 단독 TV·라디오 광고를 론칭했고, 푸르지오 써밋 입주민들을 위해 영국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 프랑스 국립 유아학교 아트 클래스 '쥬트'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을 공산이 크다.

또한 같은 날 대우건설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리비아 트리폴리 인근 발전소 건설현장에 오는 2018년 1월 대규모 점검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비아 내전 발발로 현장에서 철수한 지 약 3년여만의 복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매각작업 불투명성이 심화된 데 따른 산업은행의 긴급조치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현재 대우건설의 대주주 KDB산업은행은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등 대우건설 인수를 원하는 인수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들과 인수희망가격을 놓고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아예 매각작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장 대우건설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 선 산업은행이지만 막대한 국민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시기를 재조정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건설 매각작업의 한 핵심 인사는 지난 12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본입찰을 앞두고 막판 매각가 협상을 위해 윗선에서 고심하고 있다"며 "가격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논의 중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에 앞선 지난 11일 대우건설은 구매 조달, 공사 수행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경영개선 정밀혁신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통해 대규모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실사를 실시,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우건설의 움직임을 보면 일종의 여론전에 뛰어든 것 같다. 여러 악재에도 정중동 행보를 유지해 기업의 튼튼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매각 불투명성을 희석시키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의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매각작업이 진행될수록 KDB산업은행에 대한 반발기류가 대우건설 내부에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 시사오늘

문제는 이 같은 대우건설의 행보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향후 미래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대우건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인수의향자와 대우건설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밀실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간섭을 중단하고 올바르게 매각작업에 임하라"고 압박했다.

또한 대우건설 본사 앞에 '경영 능력 없는 산업은행 PE실은 대우건설 책임 경영 보장하라', '산업은행의 도 넘은 경영간섭으로 대우건설 망해간다'는 날 선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아울러,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노조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에 대한 쟁의행위 실시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사측이 임금인상률을 1.5%를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지난 5년 간 임금동결을 수용한 데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이 2011년 대우건설 대주주에 올랐음을 감안하면 노조의 타깃은 산업은행인 셈이다.

이에 대해 앞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강화, 기업가치 제고 등 최근 일련의 조치들이 대우건설의 몇몇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산업은행의 경영간섭으로 읽힐 수 있다"며 "매각이 잘 되든, 잘 풀리지 않든 산업은행에 대한 반발기류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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