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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회한의 시간에 되돌아보는 '가족과 함께'
비주얼과 드라마로 극복한 신파의 장벽
2017년 12월 20일 09:41:41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매년 이맘때인 세모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온 한 해를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대부분 후회와 불만으로 점철되기 일쑤인 ‘이미 지나간 세월 돌아보기’는 결국 새해의 길목에서 새 출발의 다짐과 희망으로 이어진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해매다 무한반복 되는 이 과정은 쌓이고 쌓여 인생이란 여정이 되고, 그렇게 짧고도 긴 이승에서의 여행이 마쳐진다.

어찌 보면 지난 시간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애달파 할 수 있는 것도 살아있는 자의 특권일지 모른다. 이승에서 생을 마친 망자들이 저승에서도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상상력이 가미된 책이나 드라마, 또는 영화 등으로 저승에서의 심판이나 환생에 대한 믿음이나 의구심을 가질 뿐이다.

나라와 시대에 따라 문화가 다르듯, 각기 사후세계에 대한 개념이나 구조도 서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슷한 점은 만일 현생을 마친 이들이 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생전에 자신이 지었던 업보에 따라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후세계에서의 심판에 대한 개념은 인간의 선의지에 대한 일련의 학습과정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항상 도덕과 선을 추구하지만 속절없이 과오와 부정을 저지르며 한편으론 번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평소 성찰하고 몸을 낮추는 것이 이 세상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일 터다.

몇 년 전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각종 미디어에서 접했던 사후세계와 이면의 심판 과정을 세련된 필치로 보여준다.

첫 장면부터 몰아치는 빠른 전개는 보는 이에겐 느슨해질 여유조차 허락지 않으나, 사후세계를 재창조한 판타지는 과감하게 우리의 내면을 파고든다.

사람이 죽은 후 저승에서 49일 동안 7개의 지옥 관문을 통과하며 자신이 살아온 나날을 반추하고 심판받는다는 내용은 동양적 내세관에 입각한 우리에겐 그다지 생소한 소재는 아니다.

문제는 이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던 기존 세계관과 통념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하느냐가 영화 제작의 열쇠였을 것이다. 

<신과함께>는 이미 검증된 원작의 스토리텔링에 덱스터 스튜디오의 압도적 비주얼이 입혀졌다. 김용화 감독은 현재 덱스터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마음먹고 과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VFX(Visual Effects) 기술은 할리우드의 유사 장르에 버금가는 우리영화의 현주소를 피력하며, 관객에게 지난 몇 년간 쌓아왔던 감독의 의지와 역량을 느껴 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VFX의 기술력 위에 드라마와 판타지, 액션이 가미된 1·2편의 영화가 동시 제작되는 사실 또한 한국영화의 향후 지향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소방관의 처우문제나 군대내 의문사, 사회 취약계층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내포된 스토리의 각 축을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해로 귀결시키는 점에서 김용화 감독은 또 다른 자기변신을 시도한다.

<오! 브라더스>로부터 시작해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 그리고 <미스터 고>를 관통하는 가족애가 궁극의 주제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 한국영화에서 마치 멸칭처럼 굳어진 ‘신파’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은 <신과함께>가 확실히 인정해야 할 바다.

하지만 코미디나 액션 장르에서조차 억지감동의 눈물샘을 자극해 결국 암묵적 기피대상으로 전락한 신파는 어쩌면 우리영화에선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국인의 피부 밑을 흐르는 기본 정서는 여전히 ‘한’(恨)이다.

인과관계와는 상관없이 대놓고 관객의 감성만을 건드리는 무차별적인 신파의 플롯은 분명한 개선사항이나, 공감할 만한 감정의 파동을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면 멸시될 이유는 없다.

비주얼과 스토리로 매끈하게 이어진 슬픈 장면은 신파가 아니라,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감동으로 다가서는 웰메이드 영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신과함께>에 무조건 신파의 코뚜레를 꿰는 것은 맞지 않다.

어쨌거나 대중을 열광케 했던 원작 웹툰의 히팅 포인트도 우리의 토속 신앙에 바탕을 둔 권선징악과 인간애였다. 

그런 의미에서 팬덤의 일부가 기대한대로 영화가 원작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야 할 기본 의무도 사라진다.

원래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감독에 의한 재해석의 작업이다. 굳이 원작에 100% 충실해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여기에 함몰된다면 창작자로서 너무 게으르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판타지 드라마로 시작해 시리즈로 돌입한 <신과함께>는 '한국형 액션 어드벤처 무비'의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캐릭터 간의 숨은 코드를 내포한 채 내년 8월에 개봉하는 후속편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도 한국영화에선 흔치않은 감독의 새로운 승부수다.

무엇보다 마음까지 얼어붙을 수 있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 억만 겁의 시간을 뛰어넘는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점은 <신과함께>가 내던지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

오늘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쿠키 영상에 요즘 ‘충무로의 대세’가 나온다.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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