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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100억 CD사건은 호남계의 ‘안철수 죽이기’ 음모”
박주원 전 최고위원
“내가 제보한 CD는 박지원 관련된 현대비자금 CD”
“안철수, 제 풀에 지쳐 죽을까 우려돼 도왔다”
“이 사건은 ‘안철수 죽이기’ 음모의 연장선상”
“홍 대표는 단단한 사람… 안 대표는 포용력 부족해”
2017년 12월 23일 10:07:55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진행=김병묵 기자 한설희 기자 / 정리=한설희 기자)

2017년 12월 8일, 국민의당이 때 아닌 ‘DJ 비자금’ 논란으로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였다. 한 언론이 2008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던 ‘DJ 100억 원 양도성 예금증서(CD)’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일파만파 커져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내부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15일 박 전 최고위원은 “당을 위해 희생하겠다”며 최고위원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혀야 했다. 당원권을 정지하는 비상징계는 당 윤리심판원에 넘어간 상태다. 〈시사오늘〉은 설득 끝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에서 박 전 최고위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의 사태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며 “십년 전에 얘기됐던 내용이 지금 보도되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말을 꺼냈다.

   
▲ 박주원 전 최고위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의 사태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라며 "십년 전에 얘기됐던 내용이 지금 보도되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말부터 꺼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제의 CD는 현대비자금 CD…박지원 구속과 관련있어

-정말 주성영 전 의원에게 100억 CD를 준 적이 없나.

“실제로 2006년쯤 주 전 의원에게 어떤 CD를 넘겨준 적은 있다. 내가 주 전 의원에게 건네준 그 CD는 ‘현대비자금 CD’, 즉 현대비자금 수사 당시 압수한 121억 원 상당의 CD였다. 그건 내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하기 전까지 수사관으로서 현대비자금 사건을 조사하다가 수집한 정보였다. 대북 송금 사건이라는 것이 시기상 DJ 대통령 시절 이뤄진 것이니, 자연스럽게 DJ에게 의혹이 쏠리지 않나. 그렇게 ‘DJ 비자금일 수도 있다’는 의혹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다만 나는 주 전 의원에게 ‘이 CD는 DJ의 비자금이다’라며 준 적이 없다.

당시 주 전 의원과 나는 둘 다 한나라당 소속이고 같은 법제사법위원이어서 안면이 있었다. 주 전 의원은 나와 주고받고 한 것 외에도 이미 다양한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준 자료가 많다고 본인 입으로 나에게 말한 적도 있다. 아마 국감장에서 제시한 CD는 본인이 따로 입수한 자료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헷갈리는 것 같다.”

-현대비자금 사건이라면 박지원 전 대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맞다. 사람들이 현대비자금 사건에 집중을 하지 않고, 제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답답하다.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이 자살하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 전 대표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나중에 풀려났다. 그런데 (박 전 대표)재판이 끝나고, CD 주인이 있다면 나와서 121억 원을 찾아가라고 발표했는데 아무도 안 찾아가더라. 깨끗한 돈이면 왜 안 찾아갔겠나. 누군가 떳떳하지 않게 받은 불법정치자금이니까 못 찾아가는 거다. 현대그룹이 큰 돈을 북한에 보내면서 나머지는 주변 측근들이 나눠먹었을 확률이 높다. 누군지 의심 가는 사람이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

“이 사건은 ‘안철수 죽이기’음모의 연장선상”

-비자금 제보 의혹이 최근 불거진 것에 정치적 의도가 섞여있다고 생각하나.

   
▲ 박 전 최고위원은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박지원 전 대표를 포함한 호남계의 '안철수 죽이기' 음모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박지원 전 대표를 포함한 호남계의 ‘안철수 죽이기’ 음모라고 확신한다. 보도 후에 모든 일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11월 2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논하는 끝장토론 때 겪은 일이다. 그날 회의 장소에 내가 박 전 대표보다 먼저 와 있었는데, 박 전 대표가 들어와 나를 보자마자 ‘야, 박주원! 너 많이 컸다?’라는 모욕적 발언을 하더라. 주변 사람들도 깜짝 놀랐고, 나도 놀랐다. 저 분이 나한테 대체 왜 저런 말을 하나 싶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내 ‘이유식 발언’ 때문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우리 당에 이유식 하나 사가려 한다”며 안철수 대표를 ‘젖먹이’로 깎아내리자, 박 전 최고위원은 직접 이유식을 사들고 와 “정치선배 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박 전 대표를 공격한 바 있다) 들은 얘기로는 내 발언이 박 전 대표 심기에 크게 거슬렸다고 한다. 그러던 찰나에 통합에 가속이 붙으니까 사건이 이렇게 터진 것 아닌가.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통합을 막기 위해 본인을 이용해서 안철수 대표를 공격하려 한 것이다?

“안 대표가 지금 당대표에 취임한지 100일정도 밖에 안됐는데, 아기로 치면 옹알이 하고 뒤집을 때다. 좀 옆에서 도와주고 일도 잘 하라고 격려를 해줘야지 않나. 오죽하면 안 대표가 ‘우리 당의 중진들 때문에 도저히 뭘 못하겠다’식의 얘기를 하더라.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안 대표가 제풀에 지쳐 죽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안 대표의 통합론을 옹호해왔고, 발언의 수위도 세게 하는 편이었다.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정치에서는 이 두 날개가 균형을 맞춰 날아야 한다. 나는 영남과 호남 동서남북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안 대표의 통합론이 신선했고, 조금만 더 키워주면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응원했다. 그런데 최명길 의원이 의원직·최고위원직도 상실하고, 나까지 이렇게 되니 통합파가 와해되기 직전이다. 이때다 싶어서 통합 반대파가 지금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 비대위를 만들어서 안철수 힘을 죽이겠다는 거다.”

-사건이 터진 이후 안 대표가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 있나.

“그런 적은 없다. 그쪽은 지금 그럴 정신도 없을 거다.”

박 전 최고위원은 서울지검 특별수사부·대검 중앙수사부 등 핵심 부서를 거치며 20여 년간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후 2006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안산시장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임기를 끝마치지 못하고 ㄷ건설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옥살이를 하다가 대법원 무죄 판결로 풀려나는 등 ‘우여곡절 정치사’를 겪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최고위원은 “400일이 넘는 옥살이가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다시 그런 일이 생길까 두려워 논란 초반에 소극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주 전 의원 주장대로 말맞추기 시도를 한 적도 없나.

“내가 구속되어 470일 넘게 옥살이를 할 때, 주 전 의원이 두 번인가 면회를 온 적이 있었다.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갑자기 찾아와서 DJ 비자금 CD 얘기를 하더라. 나는 당시 감옥 안에서 강도 높은 조사로 인해 초주검 상태였다. 내가 주 전 의원과 딜(말맞추기)을 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감옥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냥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시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주 전 의원 후배 되는 검사들이 ‘사람(정몽헌 전 회장)도 죽었는데, 사건 더 캐지 말고 그냥 덮읍시다’ 해서 사건 덮은 것 아닌가. 나는 그저 ‘본인들끼리 알아서 해라’ 한 것이다. 뭐라고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걸린 사실도 없다. 나는 그 건으로 입건도 안 됐다. 그때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입건이 됐을 것 아닌가.

최근 갑자기 사건이 불거진 것에 대해 주 전 의원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이 현재 정치 낭인이다 보니, 갑자기 나를 공격하는 것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더라. 최근 주 전 의원과 두세 번 통화했는데, 다 녹취해뒀다. 당무위에서 직접 당원들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미리 공개하면 박지원 전 대표 측근들이 또 말을 만들어 낼 것 아닌가.”

-수사관 시절 정치인들을 사찰한 정보를 컨테이너에 모아뒀다는 얘기도 있다.

“황당하다. 컨테이너 박스에 정동영·유시민·문희상 등 20명의 정보를 모아놨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수사관 당시 실적이 가장 좋은 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에 충실했고, 두루두루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다보면 서로 의견 교환도 하고, 때론 정보를 빼내기 위해 내 정보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발로 뛰어서 모은 정보인데, 그걸 마치 내가 불법 사찰을 시행한 것처럼 언론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결국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컨테이너도 처음 들어본다.”

“범죄과학수사대학 설립 위해 정치에 입문”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검 특수부에서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나름대로 자부심이 컸다. 사법고시를 통과한 대단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다. 검사들은 대개 사법고시 통과 후 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수사에 투입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용적 수사와 거리가 멀었고 수사관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검찰 수사도 의술처럼 사람의 생과 사를 가르는 일이다. 의사들처럼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을 받는 것 없이 오직 고시공부만 해서 합격하면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범죄과학수사대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과학수사대학에서 의대처럼 4년 교육을 시키고 전문적인 수사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럼 양질의 수사도 가능하고, 피해자 인권도 더 보호하는 수사가 가능하지 않겠나. 그런 꿈을 품고 <범죄정보체계론>이라는 직접 쓴 책으로 고대 법대에서 교직 생활도 해 봤다. 그러다 실질적으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선 정치에 입문하고, 구체적으로는 시장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주지인 안산에서 시장에 도전하게 된 거다.”

-본인이 안산시장으로서 추진했던 행정 중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안산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특별한 도시다. 당시 50개 국가의 약 7만 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그러다 보니 아기를 낳고 자국으로 떠나버리는 외국인 부모들도 있었다. 엄마 아빠도 없이 한국에서 크는, ‘겉모습만 외국인’인 이 아이들이 자라서 안산의 주민이 될 텐데,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뭘 해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외국인을 위한 주민센터를 최초로 만들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는 행정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워낙 범죄율이 높은 도시였다 보니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로보캅 순찰대’를 만들었다. 이 순찰대는 아직까지 시행 중이라고 알고 있다.”

   
▲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오죽하면 안 대표가 '호남 중진들 때문에 뭘 못하겠다'식의 얘기를 하겠냐"며 "이러다 안 대표가 제 풀에 지쳐 죽겠구나 우려했다"고 밝혔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어떻게 국민의당에 입당하게 됐나. 본래 ‘천정배계’였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천 의원은 제가 안산시장을 할 때 안산시 지역구 국회의원었기 때문에 알고 지낸 것뿐이다. 안철수 대표와 개인적 연이 닿은 적도 없다. 그저 단순히 국민의당에 있는 ‘정책내일네트워크’라는 싱크탱크가 맘에 들어 입당했다.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정책들이 내가 안산시장일 당시 꿈꿔왔고 만들어왔던 정책과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내일네트워크를 찾아갔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와 본인의 시장 행정의 어떤 부분이 일치했는지.

“실용적인 지방자치다. ‘실용적인 정책’이라는 지향점이 같았다. 내일네트워크의 정책들이 아예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성 있는 것들이 많았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방자치를 실행하는 정책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공무원을 24시간 교대로 일하게 만들어, 시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내가 안산시장이었을 당시 만들었던 ‘25시 민원실’과 일맥상통했다. 안산시 같은 경우엔 외국인 주민들이 많이 있었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낮에 행정업무를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경하게 중도통합을 지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당은 지금 호남의 틀에 갇혀서 호남만을 위한 야당이 됐다. 그렇게 해서 당세가 오르겠나. 단 한사람이라도 영남 등 다양한 지역을 포용해야 한다. 이번에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영남에 교두보가 생길 것이다.

최근 당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통합 여론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65% 정도가 통합 찬성을 지지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성이 더 높았고, 그 다음 순서가 민주당이었다. 대부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중진들은, 자기 정치 생명만 생각하는 거다.”

-결국 안 대표와 홍 대표 양당 대표 모두와 인연이 있다.

“둘은 상반되는 스타일이다. 안 대표는 사람간의 교류가 부족한 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섭섭할 정도로, 포용력이 부족하다. 사람을 끌어안는 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홍 대표는 단단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막말한다고 욕하지만 홍대표의 막말은 다 의미가 담겨있는 막말이다.”

-끝으로 정치와 관련된 본인의 좌우명이나 목표를 말해달라.

“지금도 나는 정치 고단수들 사이에 서있는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다. 아직 정치를 잘 모른다. 지금 좀 힘들어도 인내하면서 앞만 보고 가고 싶다. ‘길게 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가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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