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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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0.11.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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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약정에 현혹되지 말고 이자제한법을 떠올릴 때
우리 주위에서 자주 목격되는 돈거래 중에는 도대체 이것이 투자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거래들이 많다. 그와 관련된 아래와 같은 사례가 얼마 전에도 있어 이자제한법이 적용돼야 하는지를 두고 분쟁이 됐다.
 
김 모씨는 박 모씨에게 15억 원을 지급하면서 지급일로부터 약 3개월 후에 15억 원 및 이에 대한 투자수익금으로 7억5000만원을 확정적으로 반환하는 내용의 1차 약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박씨는 15억 원만 변제하고 나머지 확정 투자수익금이라고 약정한 7억5000만원을 변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변제되지 않은 7억5000만원을 투자금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그로부터 4개월 후에 7억5000만원과 이에 대한 투자수익금으로 3억5000만원을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2차 약정을 체결했다.
 
박씨가 결국 이를 다 갚지 못하자 김씨는 두 번째 약정에 따라 7억5000만원과 확정 투자수익금으로 약정한 3억5000만원 합계 11억 원을 전부 변제하라며 독촉했다. 박씨는 김씨의 요구대로 11억 원을 모두 변제해야만 할까? 이 사례를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체결한 약정이 투자약정인지 금전소비대차약정인지 분별하기가 녹녹치 않다.
 
겉보기에는 투자수익금이 있는 것으로 봐서 투자약정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엄연한 금전소비대차다. 왜냐하면 투자약정의 기본은 수익발생의 불확실성이라는 성격이 내재돼 있는데 사례에서는 투자수익금이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는 것으로 그 목표이익의 발생여부는 기본적으로 그 일이나 사업의 성패에 좌우되는 것을 큰 특징으로 한다.
 
반면 금전소비대차의 경우 이자는 금원을 일정기간 동안 사용하는 대가로서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 사례에서 박씨는 두 사람 사이의 약정이 금전소비대차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이자제한법을 머리에 떠올려야 한다. 이자제한법에서는 금전소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40퍼센트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도 최근 들어 사실상 금원을 대여하면서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원금을 투자금으로 이자를 투자수익금으로 해 투자수익금을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그런 경우에도 실질에 따라 이자제한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리로 판결한바 있다.
 
이자제한법은 금전의 대차에 한해 적용되므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투자금을 지급하고 그로부터 받는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이자제한법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자제한법의 취지는 경제적 강자의 경제적 약자에 대한 착취 내지 폭리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만큼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지 않는 투자약정인지 아니면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는 금전소비대차인지 여부는 그 형식적인 문언이나 표현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그 약정의 실질내용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겠다. 그래야만 돈을 빌리면서 당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례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결국 김씨와 박씨 사이에 1·2차 약정은 투자약정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김씨의 투자금을 박씨가 일정기간 사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투자금에 일정한 수익을 확정적으로 더해 반환하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실질은 금전소비대차와 다를 바 없으므로 1·2차 약정 모두 이자제한법이 적용된다고 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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