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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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승부는 지금부터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2.2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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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민생 이슈 전면으로…보수·진보 구도 복원 가능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념 문제’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홍준표 대표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본능적인 정치 감각이 있어요. 6곳까지는 몰라도, 4~5곳에서는 충분히 승부가 될 겁니다.”

과거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에 몸담았던 야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 만나 이런 말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6개 광역지자체를 못 지키면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분위기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싱긋 웃으며 우문현답(愚問賢答)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악재 겹친 한국당, 지방선거 완패하나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지금, 한국당의 분위기는 암울(暗鬱) 그 자체다. 정당지지율은 답보(踏步) 상태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새 인물’ 영입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리얼미터>가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52.0%)의 1/3 수준에 불과한 17.8%였다.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지역별 정당지지율 역시 한국당은 강원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상으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선전(善戰)할 확률이 높지 않다.

낮은 지지율은 필연적으로 ‘인물난’을 동반한다. 국민에게 외면 받는 정당 후보로 출마하고자 하는 저명인사(著名人士)는 흔치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홍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였던 장제국 부산 동서대 총장과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도는 홍정욱 헤럴드 회장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中道)를 표방하며 한국당 대체(代替)에 나섰다. 호남 민심이 민주당을 향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정당은 한국당 지지층을 잠식(蠶食)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앞선 관계자는 “국민의당을 보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안철수 대표는 확실히 보수에 가까운 사람”이라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정당은 보수 정당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즉, 낮은 지지율·인물난에 빠진 한국당이 보수 분열이라는 또 하나의 적과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문제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난 6개월이 불의(不義)와 싸우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4년6개월은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시간이다 ⓒ 뉴시스

보수 vs 진보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념 문제’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지금껏 문재인 정부가 경험하지 못했던 ‘이념 갈등’이 본격화되면, 보수 표심은 결국 한국당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다.

2017년 5월 취임 이후 6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민주(民主)대 반민주(反民主) 구도 속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무는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었고, 이는 곧 ‘촛불’의 열망이기도 했던 만큼 세력화된 반대 진영을 만나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골수 지지자들과 친박(親朴) 정치인들의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이조차도 사실관계를 다퉜다는 점에서 법적 논쟁에 가까웠다.

지난 20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반년 동안의 분위기에 대해 “어디 가서 한국당 쪽 사람이라고 말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나는 보수주의자라서 한국당 쪽에서 일한다’고 말했다가 어찌나 욕을 먹었는지 모른다. 올해는 그냥 내가 악(惡)이 된 것 같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뒤틀린 민주주의를 바로잡자’는 국민적 합의가 70%를 상회하는 대통령 지지율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문제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난 6개월이 불의(不義)와 싸우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4년6개월은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시간이다.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외고·자사고 폐지 등은 법적 논쟁이 아닌 가치 논쟁을 부르는 이슈다. 70%가 넘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현재 문재인 정부 지지율에는 ‘민주적 시스템 복원’과 ‘적폐청산’이라는 기치 아래 모여든 보수·진보 지지층이 뒤섞여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정권 초기 기대감에 의한 지지율도 있고, 박근혜 정부가 워낙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에 민주당 쪽으로 간 지지율도 있다”며 “본격적으로 문재인 정부만의 정책이 시작되면 다시 50 대 50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좋고 싫음’의 문제로 치환될 때,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조정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충고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지지율이 갈 곳은 보수 정당이다. 다시 말해, 한국당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정당과의 ‘보수 적자(嫡子)’ 다툼에서 승리하기만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 전망도 어둡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 참여했던 정치권의 한 원로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때는 IMF로 한창 힘들 때였고, DJP 연합도 살아있었고,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지 6개월밖에 안 된 때였는데도 결국 한나라당이 6개를 가져갔다”며 “절대 민주당 완승은 안 나온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다”고 단언했다. 이 노정객(老政客)의 말이 옳다면, 지방선거라는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셈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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