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26 수 20:49
> 뉴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누가 호남을 배신하는가
<기자수첩> 호남을 위한 정치, ‘호남 정치인’을 위한 정치
2017년 12월 31일 00:19:49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국민의당 전당원 투표가 23%의 투표율로 이날 마무리됐다. 안철수 대표가 선출됐던 지난 8·27 전당대회 투표율 24%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박지원 전 대표의 1·15 전당대회 당시 기록인 19%의 투표율은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투표율이 통합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호남계 의원들이 벌였던 ‘나쁜투표 거부운동’ 때문이다. 소위 ‘박정천’이라 불리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의 중진들을 포함, 유성엽·조배숙·최경환·장정숙 등 다수의 통합 반대파는 호남 지역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은 안 대표의 통합 추진을 “적폐 보수정당의 탄생을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국민의당과 호남을 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중도통합은 호남을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무산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전혀 호남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이들은 당장 눈앞에 놓인 지방선거와, 길어봤자 4~5년의 연장뿐인 ‘정치적 연명의료’를 붙들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노쇠한 호남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에 가깝다.

   
▲ '나쁜투표 거부 운동'으로 비롯되는 호남계의 행위는 전혀 호남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지방선거와, 길어봤자 4~5년의 연장뿐인‘정치적 연명의료’를 붙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노쇠한 호남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에 가깝다.ⓒ뉴시스

호남을 위한 정치, 호남 정치인을 위한 정치

국민의당 내 호남 당원의 비율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적 반대파인 박주현 최고위원도 26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호남에 있는 당원은 한 50% 가까이 되고, 범호남권으로 따진다면 60~70% 정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호남 당원들의 당심(黨心)을 낱낱이 파악하기에 이번 전당원 투표가 가장 적합한 방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호남계를 비롯한 반대파 의원들은 당심을 모으려는 투표를 무산시키고자 갖은 애를 썼다.

바로 이들이 바라보는 호남이, 호남 자체가 아닌 호남 지역구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대표가 “지역구 의원 대다수가 호남 지역인데, 이들이 반대하는 통합을 끝까지 추진하는 것 자체가 호남 민심 외면이다”라고 말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기 직전, 자신의 SNS에 “제2의 김영삼(YS) 전 대통령 광주유세사건처럼 번질 우려가 있다”며 호남 지역민들의 시민의식을 적극적으로 폄훼하고 나섰다.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광주를 찾은 YS에게 돌멩이와 각목 등을 던진 것은 전두환 정권 배후였는데도 말이다.

박종웅 전 국회의원 등 현장에 있던 정치인들은 “돌을 던진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보니 상당수가 기관에서 동원된 것으로 보였다. 영남에서 DJ가 유세를 할 때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당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뒤에서 조종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전두환은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민주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광주 지역민들을 음해하는 음모를 꾸몄다. 그리고 DJ의 비서실장이었다는 박 전 대표가 이에 무지한 것은 참 ‘의아한 일’이다.

   
▲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해 민주당 외의 합리적 선택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호남이 바라던 것 아닐까. 국민의당 호남계의 주장은 국민의당의 ‘정의당화(化)’에 가깝다. 결국 호남에서 차지하는 민주당의 위상에 조금의 흠집도 내지 못한다. 민주당보다 합리적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뉴시스

호남은 지역주의 타파와 합리적 선택지를 원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호남 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 또한 옳지 못하다.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것은 우리당을 일으켜주신 호남 민심에 대한 먹튀”라며 “촛불민심이 없고 개혁이 없고, 호남이 없고 미래가 없는 합당이다. (호남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동의한다. 국민의당은 호남이 세워준 당이 맞다. 그러나 여기엔 ‘왜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었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호남은 이제까지 선택지가 없었다. 보수당은 죽어도 뽑을 수 없고, 정의당은 세(勢)가 미미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민주당에 애증의 표를 줘야만 했다. 그러므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약진은, 이런 지역주의에 기생한 호남 기득권 정치인을 ‘처벌’한 것에 가깝다. 호남 지역의 기득권을 교체하고자 했던, 지역민들의 열망이 이뤄낸 결과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해 민주당 외의 합리적 선택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호남이 바라던 것 아닐까. 국민의당 호남계의 주장은 국민의당의 ‘정의당화(化)’에 가깝다. 결국 호남에서 차지하는 민주당의 위상에 조금의 흠집도 내지 못한다. 민주당보다 합리적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도통합은 결국 호남에게 미래의 선택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호남 대 영남’이라는 낡은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하고, 두 지역을 연결하는 제3당을 만드는 것이다.

천 의원은 “(호남에 대한)배신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말까지 갈 필요 없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치가 국민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그러니 지역구 정치인이 주민들을 자신의 안위보다 뒷전에 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신이 아니겠는가. 배신의 정치를 멈춰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듯하다. 누가 호남에게 돌을 던지고 있나.

담당업무 : 국회 및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관련기사
· 적폐청산, 사람보다 시스템이 문제다
· 안철수를 위한 제언(提言)
· 3당 합당이 양당제 구도를 만들었을까
· 사망선고 야권, 중도통합만이 답이다
· 박지원의 ´너무 막나간´ 발언…'호남 시민의식을 얕봤나'
· ‘배신의 정치’ 싫다며 ‘배제의 정치’ 하려는 유승민
ⓒ 시사ON(http://www.sisa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밀아지존 2018-01-25 00:21:04

    기자님 기사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호남팔이해서 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쁜거지요.반통합파들은 알아서 탈퇴할듯!신고 | 삭제

    • 당신삼수 2018-01-02 00:59:19

      아전인수격이 따로없구만. 기자양반, 정의당보다 못한 국당지지율갖고 호남팔지 말어.신고 | 삭제

      신문사소개 | 회사위치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기사제보 | 구독자불편신고 | (정기)구독신청 | 저작권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시사오늘 : 121-84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6길 14 (성산동 113-3, 명문빌딩 3층) : 전화 02)335-7114 : 팩스 02)335-7116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다07947ㅣ등록일자 2008년 3월 17일
      -------------------------------------------------------------------------------------------------
      시사ON :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아01018ㅣ등록일자 2009년 11월 6일ㅣ청소년보호책임자 정하균
      Copyright 2005 펜과오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