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PK는 정말 ‘디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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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PK는 정말 ‘디비졌을까’
  • 부산=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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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대한 변화 기류 읽혀…투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부산/정진호 기자) 

▲ 제20대 총선에서 PK는 8명의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을 탄생시키고,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홍준표 후보보다 140만 표를 더 몰아준 바 있다 ⓒ 뉴시스

제20대 총선과 제19대 대선을 치르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PK가 디비졌다”는 말을 자주 했다. ‘디비졌다’는 ‘뒤집어졌다’의 경상도 사투리로, 자유한국당 텃밭이던 PK(부산·경남)가 민주당 쪽에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는 표현이다. 앞선 제20대 총선에서 PK는 8명의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을 탄생시키고,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홍준표 후보보다 140만 표를 더 몰아준 바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런 흐름은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중 누가 나서더라도 한국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남에서는 김경수 의원이 ‘필승카드’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민주당이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를 ‘싹쓸이’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5일부터 6일까지 양일에 걸쳐 <시사오늘>이 체감한 PK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5일 부산 서면의 한 술집에서 기자와 만난 대학생들은 “이제 부산도 변한 것 같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젊은층은 과거에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중장년층에서도 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류가 느껴진다는 주장이었다. 한 대학생은 “예전에는 문 대통령 이름이 나오면 욕부터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생각보다 잘 한다’고 하는 어른들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50대 직장인들은 이 대학생의 말을 증명해줬다.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들은 “친노라고 설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안 찍었는데, 대통령 되고 난 뒤에는 좋게 보는 편”이라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6일 진주에서 만난 30대 직장인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직도 연세 많은 분들은 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40~50대만 돼도 예전처럼 무조건 한국당을 찍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은 민주당을 좋아하고, 40~50대는 조금 변했고,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아직도 한국당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5일부터 6일까지 양일에 걸쳐 〈시사오늘〉이 만난 부산·경남 주민들의 반응 속에서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 시사오늘

선거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다만 달라진 분위기가 지방선거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부산 정가의 한 소식통은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여론조사처럼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아직까지도 민주당에 표를 주기는 께름칙하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막상 따져보면, PK에서 문 대통령에게 준 표는 (18대 대선 때와 19대 대선 때가) 큰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제18대 대선에서 PK로부터 얻은 표는 160만7407표, 제19대 대선에서 얻은 표는 165만1858표로 4만4451표 차에 불과했다. 다자 구도였음을 고려하더라도, 제18대 대선에 비해 제19대 대선에 참여한 PK 유권자 수가 16만7172명 더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PK가 ‘디비졌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소식통은 “한편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 때와 똑같은 표를 가져갔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 갔던 표가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로 갈라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지금 여론조사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한국당에 대한 실망과 정권 초반의 기대감이 합쳐진 결과라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하다”고 했다. 지난 총선·대선과 지금의 여론조사만으로 PK 민심을 예단(豫斷)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지방선거는 PK 민심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진정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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