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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인사'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오너家 지배력 강화?
2018년 01월 08일 10:22:35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초 닮은꼴 인사를 단행해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각기 지배구조 개편,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5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현대건설 신임 사장으로 박동욱 재경본부 부사장을 임명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 박 사장은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해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이에 앞선 지난달 27일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김대철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김 사장 역시 HDC자산운용·아이콘트롤스 대표이사,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 현대자동자 국제금융팀장 등을 지낸 재무통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40년 가까이 건설현장에서 뛴 현장통 정수현 전 사장 대신 재무통 박 사장을, 현대산업개발은 업계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이었던 김재식 전 사장에 이어 다시 한 번 재무통 김 사장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에 재무통 CEO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사는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더욱이 해외사업 환경이 매년 악화일로인 데다, 국내 주택시장의 불투명성도 심화되고 있어 재무 전문가가 경영일선에 나설 명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건설사가 현재 지배구조 개편과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의 닮은꼴 수장 교체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각 사(社) CI

현대차그룹은 현재 지주회사 전환과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추진 전담 TF팀을 구성해 운영 중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요구사항인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함과 동시에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관건은 결국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이다. 정 부회장이 확보한 현대차그룹 내 핵심 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2.3%, 기아차 1.7%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수조 원대의 지분 매입 자금이 요구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정 부회장이 자신이 개인 최대주주(11.72%)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을 활용해 경영권 승계 자금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몸집을 최대한 부풀리고 지주회사 신주와 교환하거나, 배당·지분매각 등을 꾀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상장 회사라는 것이다. 현대건설과의 M&A(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 오너가 입장에서는 현장통이 아닌 재무통 CEO가 더 든든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정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60대에서 50대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몽구 체제에서 정의선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본격 진입했다고 보기 충분한 대목이다.

   
▲ 두 회사의 신임 사장 인사 배경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의중이 각각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각 사(社) 제공

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5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HDC(가칭),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가칭)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5월 회사 분할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사업 전문성 제고와 경영 효율성 극대화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18.56%에 불과하다. 오너가 입장에서는 보다 확고한 지배력을 얻기 위해 지분 확대가 필수적인 실정이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지분(29.89%)을 많이 보유한 아이콘트롤스와 지주회사(HDC)를 합병시킨 뒤, 자사주(7.03%) 의결권을 부활시켜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대철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게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사장은 HDC자산운용·아이콘트롤스 대표이사 역임한 바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부동산114 인수를 결정한 게 지주회사(HDC)-아이콘트롤스 합병의 명분과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일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가 약 8 대 2 비율로 부동산 114 인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에서 재무 전문가를 사령탑으로 임명하는 건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 구조조정 아니면 오너가 지배력 강화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이라며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비슷한 이유로 재무통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을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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