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대구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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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대구로 간 까닭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08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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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지율 회복 위해…대선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전날 마감된 대구 북구을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에 지원한 사실을 알렸다 ⓒ 뉴시스

홍준표가 대구로 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전날 마감된 대구 북구을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에 지원한 사실을 전했다. 홍 대표는 경남 창녕 출신이지만, 초등학교 졸업 후 대구로 이사해 중·고등학교를 모두 이곳에서 졸업(영남중·영남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대구행에 대해 ‘원내(院內)로 무혈입성(無血入城)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홍 대표가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시장 신년인사회를 통해 “이번에 대구에 빈자리가 있어 내려오는데, 이것은 대구를 근거지로 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TK 없이는 한국당도 없다

홍 대표가 대구로 향한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텃밭 지키기’를 위한 결정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정치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TK(대구·경북)를 확실하게 끌어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전통적인 한국당의 지지 기반 역할을 해왔던 TK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4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TK에서의 한국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32%)보다 10%포인트 낮은 22%였다. <중앙일보>가 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마할 경우 한국당 후보로 누가 나서더라도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실시된 제19대 대선에서조차 한국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TK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대구와 인연이 깊은 홍 대표가 직접 대구로 내려가, ‘민심 다독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8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아까 홍 대표가 직접 다음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았나”라며 “그냥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만큼 홍 대표가 TK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여론조사대로라면 PK는 거의 (민주당으로) 넘어간 상태인데, TK까지 흔들리면 한국당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면서 “정치도 인간사와 똑같다. 지금처럼 위기에 빠졌을 때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부터 챙기면서 훗날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대구행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선 위해서도 TK는 잡아야

비슷한 맥락에서, 홍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구를 택했다는 말도 나온다. TK는 전통적인 한국당의 텃밭이지만, 현재 한국당에는 ‘TK의 맹주’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즉 홍 대표가 이번 기회를 통해 TK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확고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충청에서 확장 전략을 펴는 역대 대통령들의 ‘대선 필승 문법’을 그대로 따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제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70.7%와 66.4%를, 제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59.6%와 64.7%를, 제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72.7%와 61.9%를 얻은 바 있다. 제16대 대선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더 강화돼, 이회창 후보가 대구와 경북에서 77.8%와 73.5%, 제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69.4%와 72.6%를 획득했다.

TK를 정치 기반으로 했던 박근혜 후보가 나선 제18대 대선에서는 무려 대구에서 80.1%, 경북에서 80.8%라는 기록적인 득표율이 나오기도 했다. 보수정당 대선 후보로 나설 홍 대표 입장에서 TK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애초에 홍 대표가 쉽게 국회의원 하겠다고 대구에 내려갔다는 사람들은 생각이 깊지 못한 것”이라며 “홍 대표 정도 정치를 한 사람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자고 대구에 내려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가 말한 대로, 대구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면서 ‘대구 사람 박근혜’ 자리를 이어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의 대구행에는 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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