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에게 2018년은 위기다.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데다,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도 장기화되는 눈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의 해를 기회의 해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올해의 눈여겨볼 건설사들의 행보를 <시사오늘>이 짚어본다.
현대건설, 모그룹 등에 업고 GBC 총력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이 올해 상반기 안에 이뤄진다면 향후 3~4년 간은 아무 걱정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가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GBC는 현대건설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에 추진하고 있는 높이 569m, 지하7층~지상105층 규모의 통합 신사옥이다. 총 공사금액은 2조5604억 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70%, 30% 지분으로 신축공사를 진행한다.
앞선 관계자의 말처럼, 현대건설 입장에서 GBC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12조5906억 원, 영업이익 7915억 원, 당기순이익 370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5.8%, 19.3% 하락한 수치다.
서울 반포주공 1단지 등 굵직한 사업을 수주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에 따른 출혈로 손실이 다량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겼어도 남은 게 없는 셈이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이 같은 추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HSBC는 "현대건설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각각 4.4%, 4.0% 밑돌 것"이라며 "올해도 해외수주가 전면 회복세를 보이기에는 시기상조고,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이 GBC 착공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모그룹인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건설의 신임 대표이사에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박동욱 사장을 임명하고, 현장 경험이 많은 정수현 전 사장을 GBC 상근고문직으로 이동시켰다.
박 사장의 임명을 통해 수익안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정 전 사장이 GBC에 올인할 수 있도록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현대건설이 모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GBC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롯데월드타워 비판하는 정부여당…GBC는?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의 바람대로 올해 상반기 안에 GBC 착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정부여당의 반대 목소리다.
GBC 건립 관련 정부 관계자들의 논의가 있었던 지난달 22일 제6회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국방부는 GBC가 전투비행, 레이더 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05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 국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간 정부여당이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안보 문제를 지적했음을 감안하면 GBC의 앞날도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달 5일 감사원에 롯데월드타워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측은 "공군의 갑작스런 동편 활주로 변경안 제시, 항공기 충돌 사고 책임에 대한 불공정 합의,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공중통제공격기(KA-1) 기지 이전 감행 등 제2롯데월드 관련 일련의 의혹과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로비 의혹 등이 말끔히 해소되길 바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MB정부와 관련된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조만간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감사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 논란이 커질수록 현대차그룹, 현대건설에게는 악재"라며 "이미 GBC 착공이 3년 정도 미뤄져서 손실이 큰 걸로 아는데, 여기에 사회적 물의까지 빚어지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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