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18일 오전 통합 공동 선언문을 낭독하며 중도통합에 박차를 가했다. 두 대표는 이번 선언에 특별한 의도는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상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를 일시에 무력화시키고, 바른정당 내 ‘탈당 러시’를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도 섞여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오전 8시 30분 경,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과 관련된 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양 당 대변인들에게 기자들의 확인 전화가 빗발치자, 각 당의 공보실은 30분 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날 오전 11시 10분에 두 대표가 통합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예고했다.
이날 두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문을 번갈아 낭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함께 답변하는 돈독한 모습을 보였다.
11시 6분, 유 대표와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두 당 관계자들이 정론관에 입장했다. 두 사람 모두 긴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많은 기자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이날 기자회견의 중요성을 짐작하게 했다.
짧게 안 대표와 회견 방식을 상의하던 유 대표는 먼저 결연한 표정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힘을 합쳐 더 나은 세상,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는 통합개혁신당을 만들겠다. 저희 두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신당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했다”며 선언을 시작했다.
안보 먼저 외친 유승민, 경제 먼저 강조한 안철수
유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감의 근원은 안보불안”이라며 안보 문제를 통해 당의 보수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유 대표는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도 정체성 혼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둘의 공통점이 굉장히 많았다. 예를 들어 ‘안보’ 부분도 비슷하더라”고 덧붙여, 회견 내내 보수의 정체성인 안보를 이중 삼중으로 강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주도적 해결의 의지와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중국 눈치 보는 외교정책, 북한에 유화적인 대북정책으로 우리국민과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안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구에 매달리는 것은 그렇게 비난하던 박근혜 정부와 똑같다”며 경제 분야를 지적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얘기했다가 몇 시간 만에 취소하니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최저임금(인상) 속도는 낮추지 않고 단속과 규제만 하니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경제무능’을 비판했다.
이에 유 대표는 “저희들은 이런 구태정치를 물리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 젊은 정치, 늘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해결 정치를 하겠다”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계층과 세대의 갈등을 치유하겠다. 중부담 중복지 원칙을 지키고, 기득권을 양보하는 노사정 대타협을 하겠다”고 말해, 안 대표가 지적한 경제 분야의 문제를 통합신당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안 대표 역시 “국가안보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튼튼하게 지키겠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쟁 억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되받아, 두 대표가 사이좋게 안보와 경제, 경제와 안보의 중요성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안철수 두 대표는 마무리 발언으로 각각 “오직 국가이익과 국민을 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여당에)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끝까지 견제하는 수권정당의 길을 가겠다”, “저희들은 오로지 두 가지, 국민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만 생각하겠다”고 발표하며 “저희들의 용감한 도전을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安·柳, 통합피로감 해소라고 하지만… 탈당 러시 ‘방파제’와 반대파 ‘무력화’ 의도도
유 대표가 “질문을 이 자리에서 받겠다”고 말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두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표님 먼저 하시겠습니까?”라고 손짓하며 우애를 뽐내기도 했다.
한 기자가 “국민의당 내홍과 바른정당 내 ‘탈당 러시’가 이어지는 지금 시기에 통합 선언을 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유 대표는 “국민께 우리가 신당을 만들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반드시 성공적 통합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도 “신당이 어떤 정체성과 비전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의구심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당내에)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분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고 답변했다.
둘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날 기자회견에 특별한 배경이 있던 것은 아니며, 통합 추진 논의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느낄 국민들과 당원들을 붙잡기 위해서 선언을 했다는 논리다.
반면 10분 후 ‘맞불 기자회견’을 놓은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의 최경환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왜 이 시점에 선언을 했을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미 예고됐던 내용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원래 이번 주 초에 하겠다고 예고됐던 내용”이라며 “당 내부에 합당 관련 이견과 탈당이 계속되는 것에 당황하면서 발표가 늦어졌고, 그러다 오늘에서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를 일시에 무력화시키고, 바른정당 내 ‘탈당 러시’를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도 섞여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결국 분당열차? 중재파, “안철수 일주일 기다릴 것”
이날 오전 최경환 의원은 “전대 이전 (안철수 대표직)사퇴, 전대 개최 중지 등의 중재안은 이미 물 건너갔다”며 “새정치를 그렇게 추구해 오셨던 분이 비례대표 의원들을 인질로 잡고 묶어두기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7일 반대파가 제출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가처분신청 기각돼도 그것은 법률적 판단이고, 저희들의 개혁신당 창당 로드맵 절차들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국민의당이 분당 절차를 밟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 의원은 '양측이 화해하는 중간지점은 이제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호하게 답하며 “지금까지 행태에서 신뢰는 무너졌다. 통합 반대파 입장에서 이제 결별할 때가 됐다. 안 대표가 사퇴한 후 창당한다고 해도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중재파에 속하는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경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공동 통합선언과 관련해 “(안 대표의 행보를 볼 때) 얼마든지 그렇게 가겠거니 했다”고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개별입당하는 중재안을 냈는데, 아직 유효하냐'는 질문에 “안 대표의 반응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중재자로써의 입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기자가 '언제까지 기다리겠느냐'고 묻자 “일주일 정도 기다릴 것”이라며 다음 주 의원총회 소집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는 다음 주 총회에서 안 대표가 김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분당 시점은 다음 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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