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예방·치료, 검증된 '의약품용' 한약 복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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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예방·치료, 검증된 '의약품용' 한약 복용해야"
  • 설동훈 기자
  • 승인 2018.01.2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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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용과 공존, 한방의료기관 처방 약재만 의약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설동훈 기자)

▲ 한약재는 식품용과 의약품용이 유통되고 있어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한방의료기관에서 의약품용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사오늘

'한약을 먹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모르겠던데요' '한약을 먹으면 정말 효과가 있기는 한건가요?' ‘한약을 먹었다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고생 했어요’

요즘도 주변에서 한약을 먹고 고생했다거나 한약재의 품질이 엉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한약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이처럼 한약을 불신하는 사람이라면 그에 앞서 자신이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된 한약을 복용했는지, 아니면 대형 마트 또는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약재시장 등에서 구입한 한약을 복용했는지 한번쯤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경우 대한약전에 의해 의약품용 한약재와 식품용 한약재로 구분되어 유통되고 있으며 따라서 만약 식품용 한약재를 복용했다면 사실 약효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의원과 한방병원 등 한방의료기관에 공급되는 의약품용 한약재는 약사법에 의한 ‘의약품’으로 말 그대로 약(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시행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례로 의약품용 한약재의 경우 약재의 색과 맛, 냄새 등을 검사하는 관능검사를 거친 후 검사기관에서 곰팡이 독소와 잔류이산화황, 잔류농약, 중금속, 벤조피렌 등 위해물질 검사를 시행하고 약재의 순도 및 정량, 회분, 산불용성, 엑스함량 등 약재가 갖고 있는 지표물질 등을 정밀 이화학적 검사를 실시, 적합판정을 받은 한약재를 국가가 관리하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제조시설에서 제조, 한방의료기관에 공급한다.

예컨대 의약품용 한약재의 경우 중금속 또는 잔류농약 등 위해물질에 대한 기준이 우리가 매일 먹는 쌀보다 강화되어 있고 특히 잔류농약은 불검출 돼야만 한방의료기관에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개개 약재의 지표물질과 약리효과도 기준 함량에 도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년 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한방의료기관의 탕약을 무작위로 수거, 검사한 결과 의약품용 한약재의 경우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반면 식품용 한약재는 말 그대로 '무늬만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감초를 비롯해 구기자, 두충, 맥문동, 백강잠 등 117개 품목이 유통되고 있는데 대형 마트 또는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그리고 약재시장에서 가두에 진열해 판매하는 약재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식품용 한약재는 의약품용 한약재에 비해 관리가 엄격하지 않아 중금속 검사는 면제되고 잔류농약이나 이산화황, 벤조피렌에 대한 표본검사만 이루어진다.

약재가 가지고 있는 지표물질과 약리효능 또한 의약품용 한약재가 요구하는 기준 함량에 미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은 물론이다. 당연히 안전성과 유효성이 떨어지며 복용 시 약효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한약재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황기의 경우 우리가 흔히 먹는 삼계탕에 들어간 식품용과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약재 모두 동일한 품목명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약재의 순도나 지표물질, 약리효과 등이 확연히 달라도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 또 한약재 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당연히 의약품용 한약재로 착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김정열한의원 김정열 원장(전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은 “간혹 한의원에 찾아와 한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고생했다는 환자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용 한약재를 복용한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약재는 모두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약품용과 식품용은 약리효과와 지표물질은 물론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의약 전문가들은 한약 복용을 통해 질병의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한약을 불신하거나 식품용 한약재를 임의로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제대로 된 한약, 즉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의약품용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칫 인터넷 등에서 접한 섣부른 지식으로 검증되지 않은 출처 불명의 한약재 또는 식품용 한약재를 장기간 복용하게 될 경우 치료시기를 놓치고 나아가 질병의 증상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자신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서울시한의사회 인증위원회는 한의원 등에서 사용하는 탕약 파우치에 ‘전문한의약품’이라는 용어를 명기토록 한 바 있다. 한약은 엄연히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잘못된 한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서울시한의사회 곽도원 홍보이사는 “한약의 오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한방의료기관에서 검사 또는 진찰을 받고 증상에 따라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의약품용 한약재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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