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통합신당 신경 쓰이네’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국당 ‘통합신당 신경 쓰이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29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도보수 포지셔닝한 통합신당…일대일 구도 형성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통합신당의 등장이 자유한국당의 골머리를 앓게 만든 모양새다 ⓒ 뉴시스

지난 대선 때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전략은 단순명료하다. ‘보수 결집’이다. 홍 대표는 대한민국 유권자 중 절반은 보수 성향을 지녔다는 믿음 아래, ‘진보 정부’ 비판으로 보수 결집을 추동(推動)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12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선거는 상대방 눈치를 보면 100% 떨어진다. 어차피 내 편 안 될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선거할 수 없다”며 “우리가 결집해 세가 커지면 중도층이라는 스윙보터(Swing Voter)가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구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발언이다.

문제는 신당…일대일 구도 형성 안 돼

이런 생각에는 합리적인 면이 있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진보 정당과 영남에 터 잡은 보수 정당의 경쟁 구도하에서, 양당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을 지속해 왔다. 진보 정부의 실정(失政)은 곧 보수 정당의 표로 변환됐으며, 보수 정부의 실패는 곧 진보 정당의 승리를 뜻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홍 대표의 ‘문재인 때리기’는 분명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지지율 확장 방식이다.

문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당은 10%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17%의 통합신당에 2위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층의 통합신당 지지율이 27%로 한국당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힌 25%보다 더 높았으며, 중도층에서도 통합신당(20%)의 인기가 한국당(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결과는 한국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 대표의 생각과 달리, 보수가 결집하고 중도보수가 더불어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오더라도 그 종착지는 한국당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보수 결집이 한국당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현재 홍 대표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오히려 통합신당만 살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옛날 같았으면 홍준표 대표가 하는 방식이 옳았다”고 전제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당 이미지가 최악인 상태에서 홍 대표가 또 다시 낡은 색깔론을 들고 나온다면 보수가 통합신당을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안이 없다…‘신당 무시’ 전략 고수할 듯

이러다 보니 한국당 내에서도 홍 대표의 언행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른바 ‘색깔론’을 주무기로 하는 홍 대표의 방식은 중도보수층에 어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단 6%만이 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바른정당(8%)보다 낮고 국민의당(6%)과 같은 수치다.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도 “정치라는 게 원래 우리 진영을 보고 하는 거지만, 우리는 중도보수층도 끌어와야 하는 입장인데 홍준표 대표가 너무 오른쪽만 보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당·바른정당) 신당 지지율이 여론조사만큼 나오면 합리적인 중도보수층은 다 신당 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당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색깔론으로는 중도보수층 포용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온건한 방식만으로는 멀찌감치 앞서나가는 민주당 지지율을 빼앗아오기 어렵다는 인식도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원래 홍준표 대표의 계획은 바른정당을 흡수해서 보수 대 진보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통합신당이 생기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이제 홍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통합신당은 철저히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통합신당의 등장이 한국당의 골머리를 앓게 만든 모양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