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에 ‘신의’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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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에 ‘신의’란 없었다.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1.30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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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기업 수준보다 낮은 공공기관, 사회적 갈등 유발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29일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왼쪽에서 넷째)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처 관계자들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29일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점검 결과 1190개 공공기관·기타 공직유관단체 중 946곳에서 모두 4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79.5%의 공공기관이 취업비리에 연루된 셈이다.

정부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 임직원 197명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이 중 기관장 8명을 즉각 해임했다고 밝혔다. 또 부정청탁이나 지시, 서류조작, 금품수수 등의 비리 109건은 수사 의뢰하고, 255건은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청탁받은 인물의 채용을 위한 각 공공기관의 비리 행태도 각양각색이었다.

특정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기도 했고,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다시 연 곳도 있었다. 아예 지원자 면접 점수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순위를 조작한 곳도 있었다. 여기에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다른 이를 들러리로 세우거나, 지역 유력인사의 자녀를 합격시킨 예는 과연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역시 관건은 돈과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국가의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공공부문에서 일어난 일이니 얼마 전 공개된 금융권의 채용비리 의혹은 차라리 납득 될만 했다.

정부는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피해자를 어떻게 정확히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망을 피해가며 작정하고 특정인의 채용을 위해 애쓴 이들이 수년 전의 일에 대해 확실한 자료를 남겼을지 궁금하다. 사후약방문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 전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도 돈과 배경에 밀려난 수많은 젊은이와 가족들이 그동안 겪었을 좌절과 울분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는지 의구심이 먼저 생긴다.

능력도 없으면서 뽑힌 ‘가짜 인재’들의 부실했을 업무 수행이 우려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바로 정부 그 자체다. 민간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미치면 안 되는 부문에 대해 정부가 위임해 법과 제도를 실행하는 곳이다. 버젓이 자행된 각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많은 국민들에게 허망함을 안기는 이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적폐를 거창하게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가 체제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공공부문의 채용비리는 엄단해야 한다.

채용비리는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을 안기는 무서운 범죄다. 더불어, 아무리 노력해도 소위 ‘흙수저’들은 나아질 수 없다는 불신감만 키워, 사회 계층 간의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가뜩이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신성장동력은 점점 찾기 힘들어진다는 대한민국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률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배경과 금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믿는 공공부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디 공공기관이 특정 계층만이 다닐 수 있는 ‘신의 직장’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이 사회의 ‘신의’를 표방하는 터전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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