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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미국탓' 한화 김승연…'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2018년 01월 30일 16:36:49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위한 최종변론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국내 산업계 어렵다"는 발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 시사오늘

지난 2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님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한국 산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로서 문재인 정부가 쉽게 할 수 없는 말을 민간외교 차원에서 건넸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너일가의 총수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할 말을 했다'와 '너나 잘하세요'가 충돌한 모양새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참 유감스럽습니다. 김 회장님의 우국충정이 이렇게 매도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 참 어렵습니다. 중국 사드 후폭풍이 좀 잠잠해 진다 싶었더니, 미국에서 세이프가드를 내세워서 삼성, LG 등 대기업과 그 밑에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다른 사안을 심도 깊게 다룰 상황이 아닙니다. 가상화폐, 청년실업, 잇따른 화재 등 국내 현안으로 인해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고요. 국제무대에서는 미국 눈치 보랴, 중국 눈치 보랴, 눈알 굴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님께서는 오로지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용기 있게 나섰습니다. 미국에 강경발언을 하면 한화그룹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회장님은 단 한 순간도 이를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김 회장님께서 하신 겁니다.

진정성이 떨어진다고요? 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김 회장님께서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퓰너 회장과 30여 년 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발언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또한 과거 미국 군사기밀을 한국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을 수년 간 후원했다고도 하지요. 2011년에는 미국 국방위원장을 만나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고 합니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 그야말로 의리의 끝판왕이 아니겠습니까. 욕을 할 거면 종로(청와대)에 가서 할 일이지, 왜 중구(한화그룹 본사)에 와서 눈을 흘기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일부 몰지각한 자들은 김 회장님의 이 같은 진심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특히 '휠체어', '조폭', 깡패' 등과 같이 상스러운 표현들을 써가며 김 회장님은 물론, 그분 가족들의 신상을 공격하고, 철 지난 과거를 들먹이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애처로울 따름입니다. 사실 한 유명 영화의 대사처럼 그냥 '어이가 없네'요.

좋지 않은 과거가 있던 건 사실입니다. 자식농사를 잘못 지은 것도 일부분 수긍해야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는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위대한 경제인이십니다. 미국 측에 우리 산업계를 위한 발언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는 분이시지요.

2014년 사법부는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지요. 당시 김기정 부장판사는 "(김 회장이) 우리나라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공로와 건강상태를 감안하다"며 이 같이 판결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있어 얼마나 많은 공로를 세웠으면 국가경제에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혔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겠어요. 그야말로 김 회장님의 '구국'의 마음을 읽은 사법부의 '구국의 결단' 아니겠습니까? 아마 범인(凡人)들은 평생토록 모를 겁니다.

앞만 보고 달려도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언제까지 방구석에 처박혀서 남의 과거를 들먹이며 살 건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 받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신 분한테 말이지요. 전부 잡아들여서 청계산 산행으로 정신교육이라도 받게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한화그룹

존경하는 재판장님, 또한 혹자들은 김 회장님께서 국내 산업계가 어려운 이유를 미국탓으로만 돌린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남탓하기 전에 자기반성부터 하라는 것이지요.

뭐,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한화그룹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국민경제에 수십조 원이 넘는 피해를 끼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의 빅딜, 면세점, 승마협회 등 의혹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요. 국민들 사이에 반기업 정서가 아직까지 남아있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우리 회장님께서는 남탓만 하시는 분이 절대 아닙니다. 1981년 한화그룹 창업주 故 김종희 선대회장님께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김승연 회장님께서는 29살에 불과한 나이에 회사를 물려받았습니다. 이후 회장님께서는 사명을 한화로 바꿨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한화그룹을 국내 재계 서열 8위까지 성장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님께서는 모진 형님이 돼야 했습니다. 그는 동생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과의 재산분쟁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선친이 일군 한화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회사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김승연 회장님께서는 인간적인 고뇌를 감내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동생과의 화해를 극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어디 남탓을 하셨습니까. 김 회장님께서는 직접 부딪혔고, 직접 해결했고, 거머쥐었습니다. 회장님의 인생은 널리 알려진 한화그룹의 광고 문구처럼 '김승연은 불꽃이다'였습니다. 자기반성부터 하라는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겁니다.

모쪼록 재판장님이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님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또 그들 일가를 향한 몰지각한 비난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IT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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