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설사를 주목하라③]대우·호반건설, '장미꽃길'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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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설사를 주목하라③]대우·호반건설, '장미꽃길' 걷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2.05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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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에게 2018년은 위기다.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데다,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도 장기화되는 눈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의 해를 기회의 해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올해의 눈여겨볼 건설사들의 행보를 <시사오늘>이 짚어본다.

'꽃길'이긴 한데…가시 돋친 '장미꽃길'

▲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의 품 속에 들어갈까 ⓒ 대우건설 CI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매각 의사와 호반건설의 인수 의사가 강력한 만큼, 이르면 올 봄, 늦어도 올 여름께 대우·호반건설의 인수합병(M&A)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이다.

대우·호반건설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국내 주택시장 위주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바탕으로 탄탄한 현금성 자산을 쌓은 호반건설과 국내외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대형업체인 대우건설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다.

전체 매각대상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 즉시 인수·2년 뒤 10.75% 추가인수'라는 호반건설의 제안을 산업은행이 받아들인 만큼, 국내 외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우·호반건설에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는 점도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호반건설이 당분간 좋은 흐름을 보일 것 같다. 두 회사 모두 최근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고 국책은행과 호남이라는 든든한 '빽'도 있지 않느냐"며 "특히 수주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년 안에 삼성물산, 현대건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저해할 요인이 상당한 만큼, 여러 차례 난관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온다.

우선, 대우건설 내부의 반대여론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현재 호반건설의 인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본사 앞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호반건설의 현금 유동성이 7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고 다른 기업 인수에도 자금을 투입해야 함을 감안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래를 품은 새우'라 불리는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경험과 역량을 갖춘 대우맨들의 영입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대우건설의 우수한 인력과 호반의 자금력이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맨과 호반맨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시너지 효과가 되레 반감될 여지가 크다.

헐값·특혜매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대우·호반건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 입찰 과정에서는 분할인수 관련 조건을 내걸지 않았던 부분이 대우·호반건설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 악용 우려도 나와

▲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혈안이 돼 있다 ⓒ 호반건설 cI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의 합병을 위시해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시를 살펴보면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호반건설주택의 매출은 2014년 2237억 원, 2015년 1조2194억 원, 2016년 2조169억 원으로 최근 3년 동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4년 399억 원, 2015년 2855억 원, 2016년 4996억 원을 기록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급성장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주택이 특수관계자를 통해 얻은 매출은 2014년 176억 원, 2015년 3124억 원, 2016년 5472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 새 31배 가량 뛴 것이다.

대우건설과의 인수합병이 타결된다면 이 같은 내부거래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일각에서는 대우·호반건설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흐른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인 효과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와 호반이 앞으로 어떻게 청사진을 그려내는 지가 관건"이라며 "산업은행이나, 대우건설이나 눈치 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반대하는 이유는 호반건설이라서가 아니라,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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