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무술년 설 연휴 극장가…관객수 저조가 올림픽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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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무술년 설 연휴 극장가…관객수 저조가 올림픽 때문?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2.2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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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기대에 부응할 만한 영화 콘텐츠 부재가 진짜 이유
명절 연휴가 무조건 극장가 대목이라는 공식, 이젠 옛말
〈공조〉와 〈더 킹〉이 ‘쌍끌이 흥행’ 하던 작년 설과 비교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지난 한 주는 국내 영화계에선 일 년 중 놓치기 힘든 ‘설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번 설 연휴 동안 우리 극장가는 이렇다 할 ‘특수(特需)’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15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금번 설 연휴는 그렇게 길었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최장 열흘 가까이 즐길 수 있었던 작년 추석 연휴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짧은 연휴 기간을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똑같이 4일간의 연휴가 주어졌던 작년 설날 극장가 흥행 성적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주의 ‘공식’ 설 연휴 동안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일별 박스 오피스 상위 10위 안에 든 영화 중 2월에 개봉한 작품은 〈블랙 팬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 슬럼버〉, 〈흥부〉, 〈명탐정 코난: 감벽의 관〉, 〈패딩턴 2〉 등이다. 나머지 〈코코〉, 〈그것만이 내 세상〉, 〈신과함께-죄와 벌〉, 〈위대한 쇼맨〉 등은 지난 연말과 1월에 개봉했다.

이 중 14일 나란히 개봉한 〈블랙 팬서〉와 〈골든 슬럼버〉, 〈흥부〉 등은 지난 8일 첫 선을 보인 〈조선명탐정〉과 함께 설 연휴 동안 흥행 대박을 노린 ‘빅 4’로 거론됐다.

이들 빅 4 중 최고의 흥행 기대작은 단연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팬서〉였다. 미국은 물론, 국내의 평단과 업계에서 올해 1분기 최고의 대작으로 〈블랙 팬서〉를 꼽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블랙 팬서〉는 이번 설 연휴를 포함해 지난 21일까지 366만명 이상(누적 매출액 314억 6123만 6218원)의 누적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개봉 전부터 있었던 극장가의 기대치에 비하면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개봉 직후 〈블랙 팬서〉는 144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동원한 〈신과함께〉와 비슷한 속도로 흥행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개봉 5일차부터 〈블랙 팬서〉는 〈신과함께〉의 관객 동원 추세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역대 설 연휴 외화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지만, 분명 ‘1000만 관객 영화’와는 괴리가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경향은 〈블랙 팬서〉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영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일찌감치 〈블랙 팬서〉를 피해 6일 먼저 개봉했던 〈조선명탐정〉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일일 관객 수 30만명을 넘어선 적이 없다. 설 연휴 이후엔 일일 관객수가 평균 4~5만명으로, 21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220만명 정도를 동원했을 뿐이다. 일명 ‘드랍률’이 눈에 띄는 현재 추세라면 〈조선명탐정〉은 손익분기점인 300만 관객 동원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국영화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호기롭게(?) 〈블랙 팬서〉와 같은 날 개봉한 〈골든슬럼버〉와 〈흥부〉는 연일 흥행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2018년 2월 17일(설 연휴 3일차) 일별 박스오피스 10위권 순위 ⓒ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21일 기준으로 〈골든슬럼버〉는 누적 관객 113만 5000명을 간신히 넘겼으며, 〈흥부〉는 겨우 37만 1000명에 도달했다. 설 연휴 기간 중 〈골든 슬럼버〉의 일일 최대 관객 수는 지난 17일의 23만 6602명이며, 〈흥부〉는 16일의 8만 706명이 일일 관객 수 중 최고치다. 이 정도면 설 연휴 특수는커녕, 평상시 평작 수준의 성적이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여실히 나타난다. 작년에도 1월 27일부터 시작된 설 연휴는 나흘간이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공조〉와 〈더 킹〉은 ‘쌍끌이 흥행 전선’을 형성했다. 명절 기간 내내 〈공조〉는 6~70만명, 〈더 킹〉은 4~50만명대의 일일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그 해 〈공조〉는 780만명, 〈더 킹〉은 53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설 대목이 두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됐던 것은 물론이다.  

▲ 2017년 1월 29일(설 연휴 3일차) 일별 박스오피스 10위권 순위 ⓒ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이번 설 연휴 기간 국내 극장가의 흥행 결과에 대해선 개봉작들의 콘텐츠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작년의 〈공조〉와 〈더 킹〉은 설날보다 열흘 먼저 개봉했음에도 관객들에 의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누리며 시너지를 창출할 만큼 확실한 콘텐츠가 있었고, 이는 바로 명절 특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명절 분위기에 맞춰 가족 단위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영화보단 흥행 요소가 다소 떨어지는 작품들이 개봉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미디와 액션 장르가 주를 이뤘던 예년의 명절 기간에 비해 올해는 양과 질에 있어서 관객의 바람과는 온도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블랙 팬서〉만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과는 달리, 국내 관객들에겐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1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블랙 팬서〉는 이번 주말에도 관객 동원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조선명탐정〉, 〈골든슬럼버〉, 〈흥부〉 등의 한국영화는 설 연휴를 만끽할 ‘가족영화’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며 “이번 주만 하더라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신작들이 많아 앞서 개봉한 영화의 스크린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설 연휴 동안 국내 극장가의 저조한 흥행 성적은 단순히 평창올림픽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명절은 무조건적인 극장가의 대목이라는 공식은 깨지면서 항시라도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 콘텐츠의 구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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