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홍의 대변인]"교도소 밥이냐"…신세계푸드, '밑지는 장사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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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교도소 밥이냐"…신세계푸드, '밑지는 장사꾼은 없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2.2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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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신세계푸드를 위한 최종변론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가 어느덧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선사한 환희와 감동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요. 특히 개회 일주일 가량을 앞두고 터진 부실급식 논란은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밥심'으로 버티는 우리나라 사람들, 먹는 문제에 참 민감하지 않습니까. 더욱이 국제적 망신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부실급식 논란의 시발점은 신세계푸드와 ECMD였습니다. 두 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을 사용한 몇몇 올림픽 관계자들이 온라인상에 한 눈에 봐도 빈약한 식단 사진을 공개한 겁니다. '교도소 밥'이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높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저질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신세계푸드와 ECMD는 열악한 식당 운영환경,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가격 일괄 책정 등을 들어 진화작업에 나섰습니다.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고요. 하지만 두 업체에 대한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눈치입니다. 올림픽 폐회 이후에도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람은 늘 실수를 합니다. 기업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기업 역시 실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이고, 애를 써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지요.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인간(人間)은 실수에 관대합니다. 충분한 설명과 함께 진정성을 담은 사과를 한다면 이를 용서하고 다시 한 번 믿어주지요.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人間)의 순리이자 도리이기도 합니다.

신세계푸드와 ECMD가 평창 동계올림픽 초기에 실수를 한 건 분명 사실로 보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보니 정말 충격적이더군요. 저라도 그 돈을 온전히 주고 사먹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군대보다 못한 식단을 올림픽 무대에 내놓다니, 어떠한 해명도 용납될 수 없더라고요.

그러나 신세계푸드는 즉각 사과했습니다. '고객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공식 사과문을 통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했습니다. 어떠한 핑계도 대지 않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사가 늦어져 식당 운영환경이 열악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은 일부 메뉴가 빠져 있는 식단이다'라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기 급급했던 ECMD와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 식당에서 1만1300원에 판매돼 논란이 일었던 식단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존경하는 재판장님, 하지만 이 같은 신세계푸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세력들은 무분별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몰지각한 사람들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국위선양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업체를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힐난해서야 되겠습니까.

평창 동계올림픽 급식사업은 적자사업입니다. 실제로 그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행사 단체급식을 주로 맡았던 미국 아라마크사(社)는 아예 사업 참가 자체를 고사했습니다. 실사를 해 보니,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동원홈푸드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급식업체들도 발을 뺐습니다.

이런 와중에 신세계푸드가 나선 겁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도 사업을 추진한 것이지요. 참 아름다운 애국의 마음이 아닙니까. 욕이 아니라 칭찬을 들어야 마땅한 기업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신세계푸드가 부실급식 논란 이후 일부 메뉴 판매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추고, 제공량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그 진정성을 왜곡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애초에 싸게 팔아도 남는 장사가 아니었느냐는 건 대요.

다 받아들여서 적자사업이 아니라고 가정을 해도, 그게 뭐 잘못된 건가요?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창출입니다. 남겨 먹을 수 있으면 최대한 남겨 먹어야지요. 자선사업가가 아니잖아요. 밑지는 장사하는 장사꾼이 어디 있습니까. 그걸 갖고 뭐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기업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더욱이 신세계푸드는 이번 부실급식 논란으로 이미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룹 차원의 손실까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진짜 밑지는 장사를 하게 생겼단 말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매출은 2015년 9064억 원, 2016년 1조690억 원, 2017년 1조2075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억 원, 214억 원, 298억 원으로 3배 이상 뛰었습니다. 장사가 참 잘 됐는데요. 이처럼 신세계푸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가 깔려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가 (주)이마트,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 특수관계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2015년 2450억 원에서 2016년 3100억 원으로 20.96%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도 3분기 기준 2741억 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로 올렸습니다.

왜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를 전폭적으로 지원했을까요. 신세계푸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님께서 직접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회사입니다. 정 부회장님께서는 2016년 이마트를 본격 맡게 된 이후,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의 매출을 오는 2023년까지 5조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처럼 정 부회장님의 지휘 아래 신세계푸드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요 몇 년 새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바로 영세상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입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뷔페 '올반', 호프집 '데블스도어'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때문에 2016년에는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이사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베이커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요.

이 같은 신세계푸드의 행보는 골목상권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충돌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자칫 정부에게 밉보인다면 모두 공염불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요.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적자사업으로 알려진 평창 동계올림픽 급식사업을 도대체 왜 수주했겠습니까. 정권의 보폭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하겠다는 의중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정 부회장님께서 탁월한 경영의 묘를 발휘하신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부실급식 논란이 터지면서 이게 다 허사가 돼 버린 겁니다. 사람들이 신세계푸드하면 '평창스럽다'는 말을 하고 있어요. 국위선양도 하고, 기업도 살리고 소위 말하는 '윈윈', '일석이조'를 노렸는데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신세계푸드가 평창 동계올림픽 초기 실수를 한 건 사실이지만 즉시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모두가 거절한 급식사업에 발 벗고 나선 것도 헤아려주셔야 합니다. 세계적·국가적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노력, 그리고 기업인으로서의 탁월한 경영전략이 이런 단순 사고에 휘둘려서야 되겠습니까.

더욱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노로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지 않았습니까. 지난해 제주 서귀포 칼(KAL)호텔에서 발생한 장티푸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신세계푸드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정말 절치부심해서 재료 관리와 위생에 전력을 기울였을 겁니다.

모쪼록 이 같은 점들을 잘 살펴서 신세계푸드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재판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올림픽은 축제가 아닙니까. 축제답게, 좋은 모습들만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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