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자만심으로 몰락한 남이, 그리고 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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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자만심으로 몰락한 남이, 그리고 우병우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02.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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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와 박근혜의 총애를 받던 천재들은 스스로 무너졌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남이장군묘(위 사진)와 지난 22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인터넷 커뮤니티, 뉴시스

남이 장군은 조선의 대표적인 ‘금수저’다. 5대조 조부가 조선의 개국공신인 남재(南在)이고, 부친 남빈(南份)은 태종의 딸 정선공주가 의산군 남휘(南暉)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남이도 화려한 권세가와 혼맥을 형성했다. 계유정란의 주체세력인 권람의 딸과 결혼했다. 세조의 눈에 들었다. 한 마디로 종친과 권세가와 혈연관계로 맺어진 조선판 ‘금수저’의 전형이다.

세조는 조부 태종 이방원에 버금가는 권력의 화신이었다. 자신의 혁명 동지인 계유정란의 주역들이 부담스러웠다. 남이와 구성군 이준과 같은 청년 정치인을 중용해 훈구대신을 견제하고자 했다.

20세도 안 돼 무과에 급제한 남이는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면서 조선의 명장 반열에 우뚝 올라섰다. 또 다시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다. 명나라가 여진 토벌을 위해 파병을 요청하자 세조는 남이를 북벌군에 참전시켰다. 그는 세조의 기대에 부응해 무공을 세웠다.

남이의 출셋길은 탄탄대로였다. 세조는 27세에 불과한 그를 공조판서와 왕궁의 호위를 담당한 겸사복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는 남이의 장밋빛 인생을 가로 막은 것은 바로 자만심이었다.

세조 14년 5월 1일 세조가 주최한 연회에서 남이는 술에 취해 “성상께서 귀성군 이준(李浚)을 지나치게 사랑하시니, 신은 그윽이 그르게 여깁니다”라고 주정을 부렸다. 세조는 진노해 그를 의금부에 가두게 했다. 남이 자신도 벼락출세의 은혜를 입었지만 20대에 영의정 자리에 오른 이준을 질투하다 자멸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꼴이 됐다.

비참한 최후의 순간이 시작됐다. 남이를 총애하던 세조가 죽고 예종이 즉위하자 그를 시기하던 유자광이 역모를 꾀했다고 고변했다. 자만심이 넘치는 남이를 변호하는 이는 없었다. 결국 예종은 남이와 그의 무리들을 저자에서 거열형에 처하고 7일 동안 효수(梟首)하게 했다. 한 때 북방을 호령하던 20대 전쟁 영웅의 최후는 비참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에 버금가는 실세로 인정받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보수의 심장인 TK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만 20세의 나이로 사법고시에 최연소 합격했다. 우 전 수석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검찰 요직을 거치며 화려한 경력을 쌓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에 들어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거쳐 2015년 1월 민정수석실 수석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불혹의 나이에 대통령의 최측근이 된 우병우의 출셋길은 장밋빛 인생 그 자체였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 500여년 전 세조의 남다른 총애를 받았던 남이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의 화려한 인생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탄핵정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구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요리조리 법망을 잘 피해다고 해서 ‘법꾸라지’라는 불명예도 얻었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우병우 전 수석의 추락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국정원으로 하여금 불법 사찰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지난달 초 구속 기소했다. 앞으로도 법의 심판대는 그의 무대가 될 듯하다.

20대 등과 신화의 주인공 남이 장군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몰락은 인생 초반의 벼락출세를 주체할 수 없는 지나친 자만심이 만들어낸 역사의 경고가 아닐까? 세조와 박근혜의 총애를 받던 천재들은 스스로 무너졌다.

※외부 기고가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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