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돌파구 없는 한국당, 돌고 돌아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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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돌파구 없는 한국당, 돌고 돌아 북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2.26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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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재영입 실패로 반등 모멘텀 마련 못해…북한 문제에 ‘올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낮은 지지율 – 인재 영입 실패 – 지지율 정체 악순환에 빠진 한국당이 종북 프레임으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한국당의 ‘마지막 도박’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 김무성 의원 등 90여 명의 의원들은 이곳에서 “천안함 폭침 김영철을 막아내자”, “애국 경찰들은 즉각 철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이동 경로를 막아섰다.

이들의 집회는 다음 날인 25일 오전, 북측 대표단이 통일대교를 피해 통일대교 동쪽 전진교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 16시간가량 계속됐다. 집회가 해산된 후에도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살인마 전범 김영철에게 샛문을 열어준 것은 반역 행위”라며 “한국당은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의 사회주의 노선에 전도된 문재인 정권과의 체제 전쟁을 선포한다”는 논평을 냈다. 전례 없이 강경한 대응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태도가 한국당의 ‘조바심’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한 한국당이 결국 ‘종북 프레임’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6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더 이상 종북 프레임이 안 먹힌다는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한국당이 북한만 외치는 것은 그만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한국당은 ‘혁신’을 통한 보수·중도보수 통합을 제1목표로 삼아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고,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보수’로 태어나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청사진이었다. 홍준표 대표도 지난해 7월 3일 당대표 선출 직후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쾌도난마(快刀亂麻)식 개혁은 없었다. 당장 눈앞의 지지율이 급했던 한국당은 계속해서 과거의 그림자에 기댔다. 지난 23일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선, 지선까지 선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보수 결집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친박(親朴)과 홍 대표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공식 블로그

이러다 보니 다음 단계였던 인재 영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홍 대표가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부정적 이미지로 얼룩진 지지율 15%짜리 정당의 후보로 나서고 싶어 하는 저명인사(著名人士)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당직자는 “계속 인재 영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안 나오려 하고, 기존 인물들만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개혁 실패가 지지율 정체로 이어지고, 낮은 지지율이 인재 영입 무산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셈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한국당이 ‘산토끼’를 쫓기보다 ‘집토끼’를 불러 모으는 쪽을 택했다는 진단이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종북 프레임’을 작동시켜, 북한에 거부감을 갖는 보수 세력을 끌어 모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종북 프레임이 중도보수에게 거부감을 준다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겠나. 지금은 중도보수를 쫓을 때가 아니라 일단 보수를 결집시켜서 (정당지지율) 20%라도 넘기는 게 우선이다. 일단 덩치를 키워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어찌됐건 보수 유권자들은 승산이 높은 한국당 쪽으로 모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가 26일 기자에게 들려준 분석이다.

낮은 지지율 - 인재 영입 실패 - 지지율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한국당이 종북 프레임이라는 ‘비장의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한국당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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