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마케팅 손 뗀 삼성물산 패션부문, '장사 더 잘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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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마케팅 손 뗀 삼성물산 패션부문, '장사 더 잘 되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2.27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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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나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올림픽 관련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지 않았음에도 호(好)실적을 거둬 이목을 끌고 있다.

아울러, 역대 올림픽에서 선수단 단복 제작 등을 통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유독 이번 올림픽에서 지원을 축소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역대 올림픽과는 달리,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관련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시사오늘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이 개폐회식 때 입을 올림픽 단복을 지원했다.

'빈폴'은  한복, 태극기 등에서 얻은 전통적 영감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신소재 단복을 제작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림픽 관련 마케팅도 적극 추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신 제일모직은 런던 하계올림픽을 기념한 '런던 에디션 라인'을 출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서현 당시 제일모직 부사장은 런던을 직접 방문해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리우 하계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연계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국민 참여 캠페인 '딜라이트 하트' 이벤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후원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의 일환으로 이어졌다. 제일모직은 2010년부터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까지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 빙속 국가대표에게 수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에 당초 업계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비슷한 마케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인 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2015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과 공식 후원사 협약을 체결하고 대회운영에 필요한 의류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해당 협약에 기반해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심판진, 개폐회식 무대공연 인력 등 3000명 가량의 올림픽 운영인력에게 2만여 개 품목 규모의 의류를 지원한 것으로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림픽 마케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올림픽 관련 제품 출시, 행사, 캠페인 등 어느 것도 활발하게 추진되지 않았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을 도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펼쳤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불투명한 스포츠 마케팅보다는 경영실적 정상화에 매진한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로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7496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을 기록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여동생인 이서현 사장이 차용한 것 같다"며 "스포츠 마케팅 특성상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업구조 개선에 역량을 집중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제일모직에서 '후부'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올림픽 마케팅을 펼친 적이 있었다. 스노보드 국가대표도 후원하고, 국제대회도 개최하고 마케팅에 집중했었는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후부라는 브랜드 자체가  정리됐다"며 "그런 흑역사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한 관계자는 "평창 동계 올림픽은 '노스페이스'가 티어1로 후원에 나섰고, 우리는 티어3로 계약했다"며 "더욱이 동계 대회다. 아웃도어가 주를 이룬 만큼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브랜드로 선수단 단복을 지원했다면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을 텐데, 이번 대회에서는 일부 심판진과 일부 공연팀 의상만 회사 차원에서 지원했다"며 "역대 올림픽과는 달리, 선수단 단복 등을 지원하지 않으니까 여러 오해가 나온 거 같다. 우리는 계약한 만큼,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부문 사장(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 뉴시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반(反)삼성 여론이 악화된 점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이번 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을 맡지 않았느냐"며 "괜한 의혹이 불거지는 등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차원에서 마케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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