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집단행동…'행복추구'인가 '이기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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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집단행동…'행복추구'인가 '이기주의'인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3.02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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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이중성 드러난 재건축 시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침에 대한 반발여론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을 앞둔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고,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일부 여야 의원과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동조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옳고 그름이 없는 문제다. 과열된 재건축 시장을 연착륙시켜 집값 안정화·국민 주거권 보장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의중도, 헌법에 명시된 재산권·행복추구권을 행사해 윤택한 삶과 수익을 누리겠다는 주민들의 입장도 모두 타당해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갈등 가운데 재건축 시장에서 드러난 내로남불의 이중성은 지적 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지역은 2013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됐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당시 주민들은 유수지 위에 짓는 행복주택은 '위험천만한 수상가옥'이라며 안전성을 문제 삼았다. 인구 과밀, 교통 혼잡 등도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업계에서는 주민들이 반발한 진짜 이유는 집값 하락에 대한 염려라는 게 중론이었다. 임대주택이 늘면 단지 이미지가 나빠지고,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님비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근 목동 지역 일부 주민들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침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진,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한 노후 주택에서 거주하는 국민이 안전한 주거지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목동 지역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표적인 단지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다. 안전성을 문제로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유수지 인근에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재건축은 물론, 유수지 개발까지 원하고 있다.

양천구에 따르면 최고 15층, 2만6629가구 규모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고 35층, 5만3375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양천구 인구도 27.4% 증가할 전망이다. 5년 전은 틀리고 지금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영일삼익그린2차아파트, 고덕주공9단지아파트, 고덕현대아파트, 명일신동아파트 등 재건축추진 준비위원회는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침에 반발, 최근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의 안전진단 강화 기준 발표로 주민들이 모두 충격에 빠졌다. 평생 모은 우리의 생명과 같은 재산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았다'며 '국민의 찬반 의견수렴 후 규제 심사를 다시 하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상일동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은 2013년 서울시가 임대주택 건립 방침을 내놓자 교통 혼잡, 조망권 침해, 지역 슬럼화, 학교 과밀화 등을 근거로 내세워 반발한 바 있다. 이 또한 5년 전은 틀리고 지금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행복추구와 이기주의는 한 끗 차이다. 어쩌면 거대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는 작금의 현실에서 행복추구와 이기주의는 필요충분조건 관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필요충분조건이 악용되는 순간, 사회는 필연적으로 병든다. 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해 민간인과 함께 국정을 이기적으로 농단한 전(前)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게 대표적인 예다. 시대는 변화하고, 가치는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흐름과 움직임을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위정자의 소임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그리고 같은 당 소속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침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재건축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정작 중요한 가치가 실종될 수도 있다. 어느 곳은 재건축이 되고, 어느 곳은 안 되는 불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에도 정면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적폐 청산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정작 중요한 가치가 실종될 처지에 놓였다. 다만,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 '어느 곳은 되고, 어느 곳은 안 된다'가 아니라,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형평성과 공정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외면해선 안 된다. 그것을 외면한 행복추구는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쪼록, 이번 사안 이해당사자들이 국민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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