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미투운동,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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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미투운동,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18.03.05 17: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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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조적으로 만연된 후진 성의식 문제남성의 성적 횡포, 피해 여성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명화 자유기고가)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성폭력 피해자의 고발, '미투운동'이 봇물터진 듯이 일어나고 있다. 미투 운동은 SNS에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그 시작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성 배우와 자신의 회사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파문을 낳은 가운데,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처음 제안하면서 부터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라고 알린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지자들이 전폭적으로 동참하여 자신이 성희롱 · 성추행 · 성폭행을 당한 경험담을 폭로하며 널리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 박희태 전 국회위원의 골프장 캐디 추행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추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전 서울대 교수의 제자 추행, 군대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군 사건 등 사회 지도층의 성범죄가 간헐적으로 들춰졌으나, 서지현 검사의 검찰내 추행 폭로가 시발점이 되어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Jtbc〉 뉴스 인터뷰로 드러난 서지현검사의 검찰내 추행 실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렇듯 한국 최고의 지성이라 불릴 법조계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문화예술계, 심지어 교육계 더 나아가 성직자의 성범죄도 속속 파헤쳐지는 중이다. 서검사에 이어 최영미 시인의 괴물 ‘고은 시인의 성추행 ‘ 폭로, 배우 김수희·오동식의 ’이윤택 성폭행‘ 폭로, 청주대학생 '탤런트 조민기 성추행‘ 폭로, 최율의 '배우 조재현' 추문, 연출가 윤호진 추행 등등 점입가경이다.

부적절한 가해자의 소행은 사회적인 분야와 위치를 막론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피해자의 폭로로 드러나는 유명인사의 갖가지 추행은 입에 담기가 역겨울 정도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그 속내를 가늠할 수 없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앞으로 언제쯤 미투운동이 마무리지어 질 수 있을까.

이번 미투운동을  통해 교과서에 나오는 국보급 시인은 인생의 마지막 장을 평생 쌓아놓은 문학적 업적대신 자신이 저지른 추행으로 불명예를 장식케됐다.

적은 가까이에 있었던가. 지금까지 알려졌던 성범죄는 주로 파렴치한 인격파탄 성범죄자의 전유물로만 보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존경받던 인사들도 다를바 없이 검은 단면이 속속 드러난 것이다. 가까운 동직종의 동료 즉 선배 검사, 원로 시인, 선배 배우, 게다가 교수, 양심의 최고봉인 목사, 사제 등까지 성적 가해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도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장래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가슴에 묻어두고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이런 성적 만행은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약자를 착취하는 근본적인 구조에 문제가 있다. 

힘의 논리, 즉 권력과 명성을 지닌 갑의 위치에 있는, 가해 남성들이 잘못된 악습과 말도 안되는 관행에 의해 자행된 일종의 갑질이 아닐까. 사회의 책임있는 지도자급 남성들도 그저 한낱 충실한 동물이었던가. 자신의 본능적 욕망과 잘못된 폐습속에 양심도, 도덕성도, 자제력도 상실한 채 상대 여성의 인권은 보이지 않던가. 직업여성도 아니고, 피해 당사자를 인격체 동료가 아니라 한낱 성적 노리개로 여기지 않았다면 이런 추악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성적 가해자와 피해 고발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중에, 여중생 딸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36)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는 뉴스까지 들린다. 비인간적 살인자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가 치민다. 사형제도의 부활을 외치고 싶은 수많은 잔혹은 성폭력 사건들. 성폭행후 살인까지 저지르며 피해자와 가족의 인생을 짓밟고도, 인권이라는 미명아래 범죄자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할까.

일련의 용기있는 미투운동을 보며 몇년전에 만난 한 여성이 떠올랐다. 물론 작금의 미투 운동은 주로 피해 성인 여성의 고발적 폭로인데, 이 항변의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처참하게 당한 피해자 이야기다. 여성 피해자들이 성적 약자로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그녀는 환갑이 다된 나이에도, 아주 어린 시절 짐승같은 어른 남자로부터 겪은 끔찍한 사건으로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이 여성은 그 사건으로 신체적 손상은 물론이고 정신적 충격으로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성장하며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일류대학을 나와 결혼까지 했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머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심각한 정신병환자로 전락했다.

결국 이혼하고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며 인생의 황혼기에도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 어린 시절 한 순간의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채 파괴한 셈이다. 누군가가 저지른 악행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해자는 알까.  

우리나라는 유교적 남녀불평등 의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져 내려왔다. 따라서 여성은 성적 희생자로 수모를 당하고도 쉬쉬하며 숨어야 했고, 피해 사례를 주변에 알려도 책임있는 자리의 사람들은 덮으며 침묵했다. 각 조직은 오랫동안 문제를 표면화시키려 하지 않고 곪아오다가 이제서야 터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사과와 책임, 죄과를 치루고, 이번 미투운동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잘못된 성윤리의식 전환과 성범죄 방지에 기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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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2018-03-19 21:44:21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드네요.
이번 기회에 많은것들이 해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명순 2018-03-13 21:36:02
뉴스를 보면서 정말 노랍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 사회가,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병들어있다는 생각에 오늘도 기도하며 바래봅니다 우리 모두선한마음으로 이사회가 깨끗한 나라가 되도록 도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