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한 대씩 마련해 주고, 시골 마을마다 인터넷 센터를 세워 주는 것이 도움은 될 터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물을 파 주고, 전기를 넣어 주며,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비록 고리타분해 보일지는 모르나 실제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_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中
연말 선물로 고심인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 중에 책은 선물하기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아 선물로 책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 할 만한 책이있다. 인문사회서에서 또다른 흥행의 보증수표(?)로 떠오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다.
지난 11월, 출간 5일만에 약 7만5000부를 팔아치우며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이 책은 영국의 한 신문이 영국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해 국내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된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이에 신자유주의라는 형태의 자본주의에 대해 23가지 반론을 펼친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 전문 지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만 알고 있어도 경제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지금 껏 상식처럼 자리 잡았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해피엔딩을 부수는 것과 더불어 경제학에 대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서는 두껍고, 글씨가 깨알같으며 전문용어가 수두룩하고 이때문에 주석이 페이지의 1/3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으며 참고도서 목록도 몇 페이지씩 차지하는,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꼬장꼬장한 지식인의 형태를 띈다.
하지만 저자는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고 말하며 지금 껏 우리가 품은 경제서에 관한 두려움을 깨준다. 머리아픈 이야기를 더 머리아프게 설명하는 대신, 적당한 예와 논리적인 설명으로 풀어나간다.
또, 책의 서두에 각자 관심분야에 따라 책을 읽는 일곱가지 방법을 제시, 독자를 위한 배려를 더한 것도 눈에 띈다. 정하준|루키|367쪽|1만4800원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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