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모, 예쁘다·사랑한다'고 말하라…성희롱 조장하는 진에어
스크롤 이동 상태바
[단독]'이모, 예쁘다·사랑한다'고 말하라…성희롱 조장하는 진에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3.26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진에어가 국제선 기내에 저번주부터 배치한 '진에어 코리아 가이드 북'(JINAIR KOREA GUIDE BOOK) ⓒ 시사오늘

대한항공이 출자한 저가 항공사 진에어(Jin Air)가 성희롱을 조장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 내용을 국제선 기내 관광 가이드북에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시사오늘>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진에어는 '진에어 코리아 가이드 북'(JINAIR KOREA GUIDE BOOK)이라는 외국인 대상 우리나라 문화 소개용 책자를 지난주부터 전(全)국제선 기내에 배치했다.

해당 책자에는 '한국 식당에서 반찬을 가져다준 이모에게 이모 예뻐요, 이모 사랑해요 라고 말해보라. 더 푸짐한 서비스가 따라올 것'이라는 내용의 만화를 담겨있다.

식당 여종업원의 외모를 칭찬하거나, 호감을 드러내면 서비스가 제공되는 게 우리나라의 문화라고 외국인들에게 소개한 셈이다.

최근 진에어의 일본행 노선을 이용한 A씨(28, 여)는 "경우에 따라서 언어적 성폭력이 될 수 있는 표현을 한국 고유의 문화라면서 외국인들에게 권유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사실상 성희롱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 재미 삼아 흘려 읽기에는 무척 불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칭찬으로 예쁘다는 표현을 써도 듣는 사람은 그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며 "그것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해당 책자에는 쇼핑 중독자, SNS 중독자 등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담긴 만화도 실려 있었다. 쇼핑을 과도하게 즐겨 영수증 폭탄을 맞거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만화 속 여성 주인공을 희화화한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 내에 잘못된 성(性) 인식이 만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진에어는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며 성희롱 조장 여지가 상당한 내용을 담은 책자를 배포했다 ⓒ 시사오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항공 부기장의 승무원 성추행, 최근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성희롱 논란, 그리고 이번 진에어 책자 내용 등은 항공업계의 그릇된 성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관광정보와 함께 정(情)문화를 소개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기획한 건데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며 "앞으로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검토해서 다양한 견해와 의견을 수용하면서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