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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열전②-건설]'유방' 삼성물산 vs '항우' 현대건설
왕좌의 자리 놓고 건설업계에 펼쳐진 '초한지'
2018년 04월 13일 13:30:42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 최대 라이벌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왕좌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항우'와 같은 추진력으로 맹추격하고 있는 현대건설에 삼성물산은 '유방'과 같은 관리의 묘를 발휘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야말로 건설업계 초한지다.

1위 삼성물산 vs 바짝 뒤쫓는 현대건설

   
▲ (왼쪽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이주를 마친 삼성엔지니어링 서울 상일동 사옥, 현대건설 본사 ⓒ 뉴시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현대건설은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환호해야 할 삼성물산은 침묵을 지킨 반면, 침묵해야 할 현대건설은 환호한 것이다.

그 이유는 두 업체의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 격차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시평액 차이는 약 3조9000억 원, 2016년에는 6조988억 원까지 벌어졌으나, 지난해에는 2조8779억 원에 그쳤다. 국토부 측은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부문이 보수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실적이 줄어들었고, 현대건설은 실적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전인 2014년 영업이익 368억2300만 원에서 합병 후인 2015년 영업손실 1301억5400만 원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 343억4600만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예전의 위용을 되찾진 못했다.

회사의 곳간인 수주잔고가 급감했다는 게 그 대표적인 방증이다.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2014년 39조5450억 원에서 2015년 40조870억 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2016년 31조6260억 원까지 떨어졌다.

연이은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실시로 조직 규모도 축소됐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이뤄진 2015년 8000명에 육박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 수는 2016년 6453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1년 새 1000여 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2014 영업이익 9589억300만 원, 2015년 9865억6000만 원, 2016년 1조526억7800만 원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수주잔고 역시 매년 20조 원 가량의 신규 수주를 올리면서 2014년 66조5463억 원, 2015년 66조7199억 원, 2016년 65조8828억 원 등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다. 직원 수도 7000명 안팎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관리의' 삼성물산 vs '과감한' 현대건설

이처럼 양사가 상반된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각기 서로 다른 경영전략을 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주춤한 것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슈 영향보다는 '호주 로이힐 참사'로 대표되는 해외 프로젝트발(發) 악재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물산에 1조 원 이상의 치명적 손실을 안긴 호주 로이힐 참사의 수습을 진두지휘했던 최치훈 당시 삼성물산 사장(현 이사회 의장)은 이후 모그룹 오너가(家)와 흡사한 '선택과 집중'의 길을 걸었다. 대형 해외 프로젝트와 국내 주택사업의 무분별한 수주를 중단하고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택했고, 삼성전자 등 모그룹 핵심 계열사로부터 나오는 안정적인 일감에 의존했다.

2016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단숨에 만회하는 등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 같은 최 사장의 소극적인 경영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룹 일감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혹평도 들렸다.

하지만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1조9829억3800만 원, 영업이익 5014억36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362% 증가했다.

삼성물산 측은 "대형 프로젝트 준공 등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 중심의 전략에 따른 수주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 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극적으로 보였던 최 사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초한지에서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우는 데에 일조했던 한신의 '과하지욕'(跨下之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물론, 부작용도 상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수주잔고는 29조98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5% 하락, 감소세를 이어갔다. 조직 규모도 6000명대 밑(5737명)으로 위축됐다. 국내 주택사업 실적이 거의 전무한 데다, 건설부문을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옮기면서 건설부문 자체를 정리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영전략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건설부문장 사장에 신규 선임된 이영호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감사 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최 전 사장에 이어 또 다시 재무통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 삼성물산, 현대건설 CI ⓒ 각 사(社) 제공

반면, 현대건설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이어갔다. 정수현 현대건설 전 사장(현 현대자동차그룹 GBC 고문)은 2012년 3월 현대건설의 사령탑에 오른 이후 줄곧 영업 다각화에 몰두했다. 국내-해외로 분리됐던 영업조직을 해외 중심의 글로벌마케팅본부로 통합했고, '탈중동' 구호를 내세우며 신흥시장 개척에 착수했다.

과감한 결단도 서슴지 않았다. 2016년 2조 원 가량의 손해를 감수하고 미착공 상태 장기화에 빠졌던 '우즈베키스탄 GTL 공사' 사업을 회생시킨 점이 대표적인 예다. 단기적으로는 치명상이었지만, 취소 프로젝트로 여겨졌던 사업을 회생시킨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플러스 요인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에는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건설종가의 역량을 가감 없이 뽐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2017년 매출 16조8544억 원, 영업이익 1조119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수주잔고가 전년 말 대비 7.2% 끌어올려 70조 원대에 접어든 점이 눈에 띈다. 4~5년 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 간 이어진 공격적인 경영전략에 따른 피로감도 느껴졌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당기순이익이 각각 10.5%, 12.7%, 48.8% 감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방과 천하를 양분키로 약정했음에도, 피로에 지친 초나라 병사를 관리하지 못해 위기에 빠진 항우의 모습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특단의 조치를 단행한 눈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0년 가까이 건설현장에서 뛴 현장통 정수현 사장 대신 박동욱 사장을 신임 현대건설 사장으로 임명했다. 박 사장은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해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항우와 같은 재주에 유방과 같은 관리의 묘를 접목시키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올해 치열한 경쟁 예고…변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위기를 관리로 버틴 삼성물산 건설부문, 강력한 추진력으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현대건설, 업계에서는 올해 양사의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할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변수는 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시키며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을 알렸다. 삼성물산의 자금력이 어느 주요 계열사보다 뛰어난 만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일각서 제기된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건설부문 합병설도 비슷한 이유로 언급된다.

현대건설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최근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 뒤 현대글로비스와의 흡수합병을 추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에 모비스의 주력 사업부문을 넘겨 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정몽구 부자는 다시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자금을 확보, 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겠다는 심산이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부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11.7%의 지분을 확보한 현대건설의 종속기업 현대엔지니어링을 이용해 현금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을 우회상장 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만약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질 경우, 정몽구 부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지분을 확보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는 높아지고, 현대건설의 기업가치는 떨어져야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IT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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