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법 개정’ 데드라인 넘긴 국회…개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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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법 개정’ 데드라인 넘긴 국회…개헌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4.23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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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6월 개헌은 불가능…별도 개헌 국민투표도 장담할 수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던 ‘6월 개헌’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 뉴시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던 ‘6월 개헌’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23일이 밝았지만, 여야는 아직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선관위는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법을 23일까지 개정·공포해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왜 23일이 데드라인인가

우리 헌법 제130조 제2항은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회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더라도, 국민투표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투표 시행 기준이 돼야 할 국민투표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 2014년,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즉 헌법을 개정하려면 반드시 국민투표가 이뤄져야 하므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개정이 개헌의 선행 요건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데드라인이 23일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6월 13일에 국민투표를 시행하려면 행정 작업에 최소 50일이 필요하다.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서는 국외부재자 신고·재외투표인 등록 신청에 20일, 국외부재자 신고인 명부·재외투표인 명부 작성에 7일, 명부 확정에 1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재외 투표인·국외 부재자 신고인과 중복되지 않도록 국내 투표인 명부를 정리하는 데는 22일이 걸린다. 이를 모두 더하면 총 50일이 요구된다. 이렇게 계산된 50일을 6월 13일에서부터 역산하면 4월 23일, 선관위가 제시한 데드라인이 되는 것이다. 

▲ 정치권에서는 6월 개헌이 무산될 경우, 개헌 자체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 뉴시스

6월 개헌, 완전히 무산됐나

23일을 넘긴다고 해서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국외부재자 신고·재외투표인 등록 신청 기간 등을 단축하면 오는 27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가 의지를 갖고 있다면, 산술적으로는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야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두고 충돌하면서, 27일까지도 국민투표법이 개정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특검 도입을 내걸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 경찰조사 후 특검 검토’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국민투표법이 개정된다 해도 6월에 개헌 국민투표가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지난달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개헌안에 허점이 많아 국회가 새로운 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개헌안 공고 기간 20일과 국민투표 공고 기간 18일을 계산하면 최소한 5월 4일까지는 국회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6월 개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선거 후 개헌 국민투표는 가능할까

사실상 6월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되자, 정치권에서는 개헌 시기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3월 있었던 개헌포럼에서 “가능한 6·13 지방선거 때 개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차선책도 조금씩 논의할 때가 됐다”며 “개헌안에 대한 합의라도 이른 시일 안에 이뤄, 시기 조절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6월 개헌이 무산될 경우, 개헌 자체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별도로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라는 조건을 만족시키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방선거에도 투표율이 50% 남짓에 불과한데, 개헌을 지방선거와 떼어서 따로 투표하면 개헌 투표율 50%를 장담할 수 없다”며 “돈도 1500억 원가량이 더 들어간다”고 했다. ‘별도 개헌 국민투표’는 정치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다음 전국단위 선거인 총선과의 연계 투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23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와의 동시 투표도 안 되는데 총선과 동시 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라며 “개헌을 하려면 따로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데, 투표율 50%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역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국회 개헌특위에 와서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전에도 (약속을 어기는) 비슷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6월 13일을 넘기면 사실상 개헌이 무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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