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망론’ 언급한 이완구, 홍준표 대항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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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망론’ 언급한 이완구, 홍준표 대항마 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4.24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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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획득 후 대권 도전…같은 길 가는 홍준표와 전대서 충돌할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이완구 전 총리가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홍준표 대표와 이 전 총리의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기자들 앞에 섰다. 이 전 총리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저는 이번 충남 천안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 6월 재보선에 출마해 중앙 정치로 복귀할 것이라던 언론의 예상을 일축하는 발표였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이날 기자회견은 오히려 ‘정치 재개 선언’에 가까웠다. 재보선 불출마 뜻을 밝힌 직후, 그는 “6·13 지방선거 이후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며 당권 도전 뜻을 내비쳤다. 심지어 “저를 포함해서 충청대망론을 가진 분들이 많다”면서 대권 도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세간(世間)의 예상을 웃도는, 야심만만한 출사표(出師表)였다.

이완구가 그리는 재기 설계도

이날 이 전 총리의 발언 중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적어도 6·13 지방선거 전까지는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승리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표면적으로는 홍준표 대표에게 힘을 싣는 것처럼 보이지만, ‘홍준표 체제’의 유효기간을 지방선거 때까지로 한정시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의 발언을 ‘지방선거 직후 당권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지방선거 직후 홍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돈다. 홍 대표가 2020년 총선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당권 연장’이 필요하므로, 지방선거 직후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조기 전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로 이 시기에 이 전 총리가 당권에 도전, 홍 대표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이 정치권에 퍼진 시나리오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 전 총리가 충청대망론의 주역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차기 전대에서의 승리는 2020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의미하고, 공천권은 곧 대선 후보로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4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만큼 당권을 차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내에서 홍 대표를 좋지 않게 보는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이 모이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이완구 전 총리의 정치력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 당권을 잡으면 대통령까지는 몰라도 대통령 후보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vs 이완구, 열쇠는 지방선거

문제는 홍준표 대표 역시 ‘당권 연장 후 대권 도전’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몇몇 중진 의원들이 인재 영입 불발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썼다. 사실상 조기 전대를 통한 당권 재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결국 홍 대표와 이 전 총리는 다음 전대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권 장악을 통해 세(勢)를 불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면 다음 전대에서의 승리가 필수 조건인 까닭이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홍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좀처럼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홍 대표의 리더십은 재평가를 받을 공산이 크다. 반면 홍 대표가 공언한 ‘6개 광역지자체장 사수’ 약속이 수포로 돌아가면, 인재 영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홍 대표를 덮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리가 홍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 여부는, 6·13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정치도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6곳 이상에서 이기면 홍준표 대표가 어려울 때 당을 위해 고생한 것이 조명 받을 것이고, 완전히 지는 그림이 나오면 당을 분열시켰느니 인재 영입에 실패했느니 하는 책임론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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