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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메뉴에 왜 거제도 멸치는 없나
<기자수첩> 잊혀진 YS의 ‘남북대화의지’
文 정부, 민주정부 맥 잇는다면 문민정부도 돌아봐야
2018년 04월 25일 17:32:00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로 예고된 달고기구이. ⓒ뉴시스=청와대 제공

모처럼 한반도에 훈풍이 부는 중이다. 오는 27일 10여 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긴장이 완화됐다. 전 세계의 이목을 모으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의 만찬 메뉴도 화제다.

디테일에 강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명성에 걸맞게, 맛 뿐 아니라 의미로 가득 찬 한상 차림이 공개됐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구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경남 남해 통영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 등이 선정됐다.

문 대통령의 고향음식이라 할 수 있는 달고기 구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년 유학시절 향수를 부를 스위스 ‘뢰스티’를 한식으로 재해석한 감자전도 올라간다.

이 중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이름은 없다. YS는 거제 출신인 문 대통령과 동향(同鄕)이니 달고기 구이로 대신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은 물론 어떤 언론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처음으로 군정을 종식시킨 문민정부도 남북대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은 한 번 정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잊혀졌을 따름이다.

YS는 1993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김일성 주석에게 말합니다. 김 주석이 참으로 민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 한라산 기슭에서도 좋고, 여름날 백두산 천지 못가에서도 좋습니다. 거기에서 가슴을 터놓고 민족의 장래를 의논해 봅시다”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의했다.

이후 문민정부는 비전향 장기수를 북한에 송환하는 등 지속적인 의지를 보였다. 결국 1994년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지만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됐다.

모친을 공비에 잃었기에 민주화 운동 시절에도 ‘빨갱이 몰이’는 당하지 않았던 YS다. 그럼에도 YS의 문민정부는 일부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릅쓰며 남북대화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이는 결국 국민의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초석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보수세력도 껴안는 것을 목표로 했다. YS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교수와 상도동계의 현 좌장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의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군정과 반대로, 민주정부의 맥을 잇는다면 문민정부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와 함께, 언급해볼 만하지 않은가.

YS와 함께 자주 언급됐던 것은 거제도 멸치다. YS와 정치를 함께한 사람 치고 맛보지 않은 이가 없다는 일품(一品)이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거제도 멸치로 육수를 낸 국이 한그릇 올라가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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